문정인 "文대통령 생각"이라는데… 청와대, 공식 해명은 안해

    입력 : 2017.06.19 03:12 | 수정 : 2017.06.19 08:32

    文특보, 訪美 전에 청와대 고위관계자 만나… 靑측 "조율된 입장 아니다"

    - 靑 "개인 의견" 비공식적 대응
    "北核해법 중간단계 생략하고 결론만 언급해 논리적 비약… 대통령 뜻인지는 알 수 없어"

    - '美여론 떠보기용' 분석도
    文특보는 단순 참모 아닌 '멘토'… '대통령 구상과 다르다' 단정못해
    文대통령도 "주도적 해결" 언급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가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 대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가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 대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18일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해 한·미 합동 훈련과 미국의 전략 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와 조율된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북한의 비핵화 등 중간 단계가 생략된 결론만 말한 것이어서 곤혹스럽다"고만 했다. 문 특보는 방미(訪美)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이 할 발언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재(惡材)가 될 발언을 적극 진화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訪美 전 청와대 관계자 만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특보 발언 파문이 커지자 "개인적 의견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란 형식이었다. 당국자가 이름을 걸고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라 '관계자'로만 보도할 수 있는 익명 브리핑이다. 문 특보가 '한·미 연합 훈련과 미군의 전략 자산 배치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 의중인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대통령 뜻인지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명확히 부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특보는 미국을 방문하기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미국에 가서 어떤 인사들을 만날지, 강연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설명했다. 이에 대한 본지 확인 요청에 청와대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가 문 특보와 만난 것은 맞지만, 발언 내용을 미리 설명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관계자라면 문 특보 발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알 수 있는 문제다. 청와대가 뜻만 있었다면 문 특보를 막을 기회는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 내용 정리 표

    한편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문 특보는 비핵화 등 북핵 해법의 여러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결론만 언급한 것"이라며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연계시키는 것을 제안했다"고 했는데, 주한 미군 철수 논의가 수반되는 '평화 체제'는 북핵의 '완전한 해결 단계'에서나 논의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인 지난 4월 27일 TV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그것이 검증되면 우리가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서 '핵을 동결하고 검증이 되면'이라는 부분을 빼면 이번에 문 특보가 미국에서 한 말과 비슷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특보가 이런 중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靑, 부인도 시인도 못 해 난처

    청와대는 문 특보가 이전에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5·24 대북 제재 해제,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할 때마다 시인도 부인도 못 하면서 난처해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우리와 협의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문 특보에게 '발언을 가려서 언론에 해 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로도 문 특보는 같은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특보 뜻이 대통령 뜻과 같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특보가 대통령 생각과 다른 말을 계속한다면 한 번은 몰라도 계속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 문제의 경우 문 특보가 말한 대로 진행됐다. 문 특보는 지난달 22일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 조사, 환경영향평가 미비 등을 언급하기 이전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문 특보를 통해 미국 측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17주년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 자신이 직접 앞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문 특보를 통해 '나갈지 말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문 대통령과 문 특보 사이의 특수한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특보는 참모라기보다는 '멘토'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도 매우 조심스럽게 대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임명 당시부터 "외교·통일 장관 위의 '상(上)장관'"이란 말이 회자됐던 것이다.



    [인물정보]
    문정인 외교특보의 '워싱턴 발언' 파문
    [기관정보]
    청와대, 논란 일자 "문특보 개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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