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흉기에 쓰러진 '친절상' 50대 家長

    입력 : 2017.06.19 03:03

    명퇴후 AS기사… 점검위해 나가
    "인터넷 느리다" 휘두른 칼에 숨져

    18일 충북 충주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 지난 16일 인터넷 성능 점검을 하러 충주의 한 원룸을 방문했다가 고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모(53)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유가족은 항상 친절했던 아빠이자 가장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다.

    이씨는 대기업 통신사에서 20년 이상 영업 업무를 했다. 2014년 명예퇴직하고 그해 자회사에 입사해 4년째 인터넷 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주말까지 근무하며 받는 24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 아내와 대학생 딸(21)과 아들(19), 집 근처에 사는 80대 노모를 돌봤다.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씨의 아내는 "남편은 주말에도 '고객과의 약속'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러 나갔다"고 했다. 이씨의 남동생은 "형은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뒤 형제 자매(2남 2녀)의 가장 역할을 했다"며 "평소 저녁마다 어머니 댁에 들러 식사는 잘하시는지, 겨울철엔 보일러가 잘 돌아가는지 살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기업 재직 시절 '친절상'을 받은 적이 있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살가웠다고 한다. 그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 2분쯤 '인터넷이 느리다'며 수리를 요청한 고객 권모(55)씨의 2층 원룸으로 갔다. 약속 시간 5분 전쯤 미리 도착해 권씨와 전화 통화를 했던 내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원룸에 들어간 지 5분도 채 안돼 권씨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와 허리 등을 찔렸다.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쓰러졌으며,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 체포된 권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며 지냈다고 알려졌다. 권씨는 경찰에서 "인터넷이 자주 끊겨 불만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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