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暴萬波 된 초등3년 학교폭력

    입력 : 2017.06.19 03:10

    [연예인 자녀·재벌 손자 관련 사건… "징계 없이 끝났다"는 보도에 여론 폭발]

    피해자 "집단 구타, 물비누 먹여"… 학폭委 "아이들 심한 장난에 불과"
    서울시교육청, 진상조사하기로

    - 왜 불붙었나
    재벌 손자 사과 권고 대상 빠지자 "또 명문학교·유력인사 자녀…"
    '특별대우' 반감 커지며 사회이슈로… 학교 측 "현장에 없던 것으로 결론"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폭행 논란이 지난 주말 국내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이를 처음 보도한 기사엔 1만1000개의 댓글과 4만8000개의 '화가 났다' '후속 보도 원한다'는 의견이 달렸다. 가해자로 알려진 초등학생과 학부모,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제가 확산되자 19일부터 학교 측을 상대로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열 살도 안 된 아이들 일이 어쩌다 학교에서 봉합되지 못하고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일까.

    피해 학부모 "학교에 호소했으나 묵살… 학내에선 해법 못 찾아"

    지난 16일 한 방송사는 '사립 초등학교에서 유명 배우 아들과 대기업 총수의 손자가 지난 4월 학교 수련회에서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한 학생을 야구 방망이 등으로 집단 구타했으며, 물비누를 음료수로 속여 마시게 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유모(9)군은 그 충격으로 근육 세포가 손상되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렸으나 가해 학생에게 징계 조치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일자 이 배우는 17일 소속사를 통해 "학생들은 이불 아래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장난쳤으며, 야구 방망이는 플라스틱 방망이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변명만 한다' '연기 전에 자식 교육부터 시켜라' 등 비판이 거셌다. 결국 이 배우는 이튿날 "다친 아이와 그 가족, 학교에 고개 숙여 사과한다. 진심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피해 학생의 어머니 이모(44)씨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아이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전화했으나 '별일 아니었다' '아이들 심한 장난에 불과했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또 사건을 조사한다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아들은 충격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며 "결국 내가 경찰청 학교폭력신고센터에 신고를 한 후에야 학교 측은 학폭위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차례 열린 학폭위에서는 가해 아동들에게 별다른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사과하라는 권고 대상에선 대기업 총수의 손자는 제외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학폭위 측은 "대기업 총수 손자는 폭행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나 제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씨는 "교장은 나에게 '교육청 (조사) 하나도 안 무섭다. (사건 끝나면) 아이 데리고 나갈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며 "학교 내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방송사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지는 학교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교장 등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력층 자제 잇단 특혜 논란에 "계급 사회냐" 분노

    이번 사건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 것은 연예인과 대기업 총수, 명문 학교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립 초등학교는 기업인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자녀를 대거 보내면서 신흥 명문 학교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사회 유력 인사 자제들이 관련된 학교 비리에 대해 사회 여론은 비판적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아들의 고교 시절 퇴학 처분 번복 등이 잇따라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지금이 계급 사회냐' '아이에게 갑질부터 가르치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에선 "학폭위 등 학내 기구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고모(48) 교사는 "저명인사의 자녀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교장 등은 혹시 학교에 불똥이 튈까 최대한 무마시키길 원한다"며 "결국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도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김규원 교수는 "학교가 유력층 자녀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사회 구성원 다수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받으면 사회에선 더 큰 차별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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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대책자치위, 학교 밖에 설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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