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3승 비결은… 선배에게 빌린 퍼터

    입력 : 2017.06.19 03:03

    김지현, 한국여자오픈 우승… 2억5000만원 챙겨 상금랭킹 1위
    퍼터 빌려준 '비운의 골퍼' 김송희 "주인 따로 있었나보다"

    지난해까지 김지현(26·한화)은 절친한 후배 김효주(22)를 만나면 '우승 비결'을 묻곤 했다. 숱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김효주의 말은 단순했다. "언니 샷 정말 좋아요. 연습 때처럼만 하면 언제든 우승할 수 있어요." 정작 김지현은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고 한다. 마지막 날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적이 많아 '새가슴'이란 오명까지 붙어 있던 김지현이었다.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는 16번홀까지 2홀 앞서 있다가 연장까지 끌려가 박성현에게 역전패를 당한 일도 있었다.

    그랬던 김지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김지현은 18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장(파72)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연주와 김민선이 공동 2위(3언더파)였다. 사흘 연속 선두를 달렸던 이정은은 이날 13번홀(파4)에서 공을 물에 두 번이나 빠뜨리며 속칭 '양파'라고 하는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해 4타를 잃고 6위(1언더파)로 밀려났다.

    중요한 순간에 무너졌던 ‘새가슴’ 플레이는 이제 사라졌다. 18일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지현이 동료들에게 꽃송이와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 김지현은 “리더보드를 보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쳤다”고 말했다.
    중요한 순간에 무너졌던 ‘새가슴’ 플레이는 이제 사라졌다. 18일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지현이 동료들에게 꽃송이와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 김지현은 “리더보드를 보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쳤다”고 말했다. /KLPGA

    김지현은 지난 4월 30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7시즌 125개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었다. 그 우승이 김지현을 '저주'에서 풀려나게 했다. 지난주 S-OIL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의 주인공이 됐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8개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3승을 거둔 것이다.

    김지현은 이번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았고, 한국여자오픈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받아 상금 랭킹 1위(5억8015만원)로 올라섰다.

    김지현은 2주 연속 역전 우승하며 '새가슴' 오명도 말끔히 씻어냈다. 선두 이정은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김지현은 2번과 4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따라붙었다. 7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그린 앞에 떨어졌지만 웨지로 칩인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가 됐다.

    김지현은 13번홀(파4·396)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트렸지만 1벌타를 받고 친 샷을 홀에 붙여 보기로 막아냈다. 김지현은 14번과 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3타 차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김지현은 "지난해까지 정신력이 약해서 우승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체력이 부족한 탓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동계훈련 때부터 피지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약점이던 퍼팅과 쇼트게임을 집중 연마했다.

    김지현은 세 차례 우승을 안겨준 퍼터에 얽힌 사연도 밝혔다. "김송희 선배에게 빌린 퍼터로 처음 우승하고는 아예 새걸 사드리고 그 퍼터로 계속 우승했다"고 밝혔다. 어드레스 때 편안한 느낌이 드는 퍼터라고 한다. 김송희(29)는 박인비, 신지애 등과 동갑으로 미국 LPGA 2부 투어 상금왕 출신이지만 1부 투어에선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하고 잊힌 '비운의 골퍼'였다. 김지현이 우승하자 "퍼터 주인이 따로 있었나 보다. 내 한(恨)을 풀어준 것 같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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