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2년 비워둔 낙하산用 감사실

    입력 : 2017.06.19 03:14

    이진석 경제부 차장
    이진석 경제부 차장

    KB국민은행 감사실은 2년 6개월째 비어 있다. 사연이 길다.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청와대 비서관이 낙하 지점으로 점찍었다가 눈치가 보여 취소했다. 그때도 이미 1년 4개월이나 비어 있던 방이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뒤로도 한 차례 낙하산 부대가 국민은행 상공에 출현했었다. 관료 출신으로 정해졌는데 본인이 고사했다. 낙하산 착지를 거절한 드문 사례다. 그 뒤로는 탄핵 정국이 불거지면서 낙하산 부대가 출동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국민은행은 감사실을 계속 빈방으로 남겨두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바뀐 정권에서도 낙하산 부대가 사라질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감사에겐 연봉 약 3억원과 최고급 승용차 뒷좌석이 제공된다. 한 국민은행 임원은 "감사는 늘 금융 당국에서 정해줬는데 정해주질 않으니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새 정부가 곧 정해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창 시끄러운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다음 순서가 될 듯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청와대와 정부에 자리를 채우고 나면 공기업과 금융권에서 대규모 낙하산 공습이 벌어지는 것은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 장면이다. 공기업은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코드 인사, 보은 인사의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정부가 인허가권을 틀어쥔 금융권은 낙하산 청탁에 시달리게 된다. 은행은 주인이 없다 보니 행장·감사·사외이사 등 자리마다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고, 대기업 계열사인 보험사·증권사 등도 눈치를 보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구청장 출신들이 금융 공기업 감사를 꿰찼고,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는 정치권 인사들은 사외이사가 됐다. 금융 공기업의 절반 이상이 낙하산 부대에 이런저런 자리를 내줬다.

    이번 금융 공기업 물갈이가 과거 정부보다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섰던 공기업 사장들은 찜찜한 표정이다. 새 정부에서 '박근혜식'이라는 단어를 붙여가면서 성과연봉제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좋은 물갈이 핑계가 생긴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금융 공기업마다 사장의 잔여 임기를 계산하느라 바쁘다. 1년이 못 남았으면 99% 교체 대상이고, 1년 이상 남았어도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의 낙하산 부대원 숫자가 이전 정부보다 더 늘어날 것 같다며 걱정한다. "보수 정권 9년 끝이니 낙하산 대기 줄이 길지 않겠느냐"고 한다. 황당한 몰래 혼인신고, 음주운전,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으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낙하산 인사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낙하산 타고 내려오며 적폐 청산과 개혁을 외칠 듯도 싶다. 적폐에 적폐를 쌓고, 신악(新惡)이 구악(舊惡)을 덮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은행 감사는 국민은행이 정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은행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기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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