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16일 밤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첫 낙마다. 당연한 일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가정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던 사실을 시인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 사과를 하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가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하루를 못 넘겼다.
남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하는 행위를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법 위반을 떠나서 보통 사람은 도저히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안 후보자는 당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무장관이 돼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脫)검찰화를 수행하는 것이 수많은 제 개인적인 흠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더 중요하다"면서 법무장관직에 미련을 못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자가 자신의 아들이 다니던 고교에서 퇴학 위기에 몰리자 학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 징계가 완화되고 그 사실이 학생부에도 기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게 아니었으면 안 후보자 아들이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 입학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2의 정유라'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안 후보자 사퇴는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면허 취소뿐 아니라 공동 창업한 회사의 임금 상습 체불이 문제가 됐다.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평생 쓴 논문 3개 가운데 석·박사 논문은 표절, 학술지 논문은 중복 게재 의혹에 걸려 있다. 그러고도 더 가벼운 논문 문제가 있었던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교수노조 성명을 주도했다. 그런 사람이 교육부총리를 하겠다는 것은 몰염치다. 김·조 두 후보자의 흠결 역시 직무와 직결돼 있다. 자진 사퇴하지 않고 더 시간을 끌면 새 정부에 부담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