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사고 쳐도… 가맹점들이 다 뒤집어쓴다

    입력 : 2017.06.16 03:11 | 수정 : 2017.06.16 09:20

    [오늘의 세상]

    '호식이 치킨'으로 본 프랜차이즈 갑을관계… 계약서에 '오너 리스크' 배상 조항 없어

    피해 인과관계 증명 어려워… 소송할 수 있지만 實益 적어
    자재공급 중단 등 압박하면 가맹점이 대응할 방법도 없어

    "사고는 회장이 쳤는데 피해는 가맹점이 보고 있어요."

    지난 14일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마리치킨' 가맹점주 10여명이 서울 논현동 본사를 찾아갔다. 최호식(63) 회장이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자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가맹점주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이 나 폐업 위기"라며 "점주 300명이 머리를 맞댔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본사를 찾아가 '살려 달라'고 읍소(泣訴)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본사 측은 15일 "앞으로 2주 동안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가격을 마리당 500원씩 내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대책이다.

    지난해 4월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 정우현(69)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폭탄을 맞은 가맹점주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서울에서 4년간 가맹점을 했던 A(46)씨에겐 수천만원 빚이 남았다. 폐업 가맹점주는 6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 앞에서 "정 회장을 대신해 가맹점주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며 시민들에게 호소했지만 이미 불붙은 '불매운동'을 잠재울 수 없었다. 가맹점주들은 결국 지난해 9월부터 본사 앞에서 218일간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했다.

    광고 모델 연예인들은 '제품 이미지 손상' 책임지는데… '호식이 두마리 치킨' 회장 책임은 물을 길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 경영진이 벌인 추문(醜聞)의 피해를 영세 자영업자들인 가맹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배상이나 보상 시스템이 없어 가맹점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방적 계약

    원인은 본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가맹점 계약 때문이다. 계약은 상대방이 서로 지켜야 하는 의무와 책임 등을 공평하게 정해야 한다. 계약 불이행 등에 따른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지가 취재한 '호식이 두마리치킨' 프랜차이즈 계약서(28쪽 분량)에는 '갑(甲·본사)의 이미지가 을(乙·가맹점주)에 의해 중대하게 실추됐다고 판단되면 갑은 을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만 있을 뿐 '갑의 이미지 실추 책임'과 관련한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같은 계약 탓에 호식이 치킨 가맹점주들이 회장의 '추문'에 따른 연쇄 피해를 입고서도 배상 혹은 보상을 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본지가 입수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의 계약서에도 '을이 갑의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2개월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명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갑의 책임'은 없었다.

    가맹점주들은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기더라도 실익(實益)이 크지 않은 싸움"이라고 말한다. 일단 피해 규모를 명확히 입증해내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출 감소 사유는 여럿이 있을 수 있다. 회장의 추문으로 인한 불매운동도 사유가 되지만 AI 창궐, 계절적 요인, 경기(景氣) 침체와 소비 감소 등도 사유가 된다. 소송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법정(法廷) 밖 기 싸움에서도 불리한 지위에 있다. 본사가 자재 공급 중단 등의 카드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백대용 변호사는 "본사가 소송을 포기시키려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불이익을 주면 가맹점은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가맹점주 피해 구제 명시 강제해야"

    '호식이 치킨' 사건과 같은 일은 앞으로도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제도 보완으로 풀 문제"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수익이 많이 날 것이라고 허위로 알려 가맹 계약을 맺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오는 10월부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매길 수 있다. 그에 더해 가맹사업법 등을 개정해 본사나 경영주의 행위로 인한 배상 규정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가맹점주를 구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새롭게 마련하고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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