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각) "북한에 원유·석유 등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는 방안을 다른 나라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를 막기 위해 북한의 생명선인 원유·석유 공급을 막는 제재 카드를 꺼내겠다는 뜻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우리는 원유 등의 주요 공급처인 중국·러시아와 이 문제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필요한 원유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나머지를 러시아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특히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줄이면 북한 경제와 군사 활동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런(원유·석유) 품목은 (수출입) 움직임을 포착하기도, 감시하기도 쉽다"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대북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분명히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라와 양자 회담을 할 때마다 대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만일 회담 상대국과 북한의 교역액이 500만달러라고 하면 이를 200만달러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더는 엄포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의) 사례가 포착되면 해당 정부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그 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대응한다"고 했다. 이어 "(구두 경고에서) 실질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하는 단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약 10곳의 중국 개인·기업에 대해 '행동'을 취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중국과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제재)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올 들어 10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재의 칼'을 뽑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5월 국무부 강연에서 "현재 대북 제재의 수위는 20~25% 수준으로, 앞으로 추가 제재할 수단이 많다"고 했었다. 현재 미 상원에는 원유를 포함해 모든 대북 무역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대북제재 현대화법'이 계류돼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지난 4월 북한 도발이 계속된다면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사설을 3차례 실었고, 이후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원유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한계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의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어,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을 "평화와 안보에 가장 시급하고 위험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피하고 미국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등과)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수준에 대해 "지금 당장은 미국을 보호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미사일 방어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