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하기 가장 쉬운 암 대장암]

대전에 사는 최모(70)씨는 지난 2월 배 안에서 암덩어리가 3개나 발견됐다. 직장, 직장 바로 윗부분인 S자 결장, 배 오른쪽 대장에 각각 암이 자리 잡았다. 대장과 직장에 암이 따로따로 발생한 희귀한 경우였다. 최씨는 대장과 직장 전체를 잘라내고 대장을 덮는 장막과 대장 주변 림프절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수술 흉터가 전혀 남지 않았다.

집도의 가톨릭대 의대 대전성모병원 외과 이상철 교수가 항문을 통한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이런 수술을 한 것은 이번이 11번째다. 모두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과 같은 효과를 냈다. 국제적으로 항문을 통한 대장암 제거 수술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최씨 사례처럼 대장·직장 전(全) 절제술이 항문을 통해 이뤄진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최씨는 퇴원할 때 겉이 멀쩡한 배를 보고는 "세상 많이 좋아졌네"라며 감사의 뜻을 의료진에게 전했다.

항문을 통한 대장암 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항문에 수술 기구와 카메라가 들어가는 구멍이 3개 있는 수술 설치기를 끼우고 한다. 이 설치기를 통해 수술 기구가 대장으로 들어가 대장암 부위를 자르고 묶는다. 제거된 암 덩어리와 대장은 항문으로 빼낸다. 몸 밖에 수술 자국이 하나도 남지 않는 이유다.

이상철 교수는 "항문을 통한 수술을 안 해본 외과 의사들은 왜 굳이 어렵게 고생하느냐고 하는데, 이 방식에 익숙하면 복강경으로 하는 것보다 더 쉽게 대장을 자르고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배꼽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3400여 회 시행해 국내 최다 기록을 갖고 있으며, 복강경 수술 기법을 '경(徑)항문' 수술로 연결시켰다.

입·항문·질 등 몸 밖과 안을 연결하는 자연 개구부(開口部)를 통한 수술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인위적 절개를 최소화해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자연 개구부 수술의 원조는 산부인과에서 하는 질을 통한 자궁 적출술이다. 최근에는 위 내시경으로 담석과 담즙을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입으로 내시경을 넣은 뒤 십이지장을 거쳐 담낭에 들어가 담석과 염증으로 곪은 담즙을 빼내는 방식이다. 담낭염 악화를 막아서 담낭 제거술을 받는 상황을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이 밖에 콧구멍과 주변 공간 부비동을 통해 두개골 바닥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의대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는 "내시경 수술 기구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흉터 여부보다 치료 효과가 우선으로 검증돼야 무흉터 수술이 활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