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이중 잣대’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의 ‘흠결’을 자진해서 공개하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 사안에 대해, 과거에는 극렬하게 비난하며 “자격이 없다”고 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장관 후보자 5명 인선을 발표하면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자백’했다.
이날 후보자 인선 내용을 발표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음주운전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위장전입인지 아닌지는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이들의 흠결이 ‘역량에 비춰볼 때 사소한 흠’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당시 같은 사안으로 논란이 된 공직 후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인사검증을 담당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음주운전자는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수석(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016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음주운전 단속의 주무부처 총책임자가 과거 이런 범죄를 범하고 은폐까지 하였는데도 임명했다”며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마음은 ‘나의 비위를 덮으려면 더 센 비리를 가진 사람이 스폿라이트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여왕’의 마음은 ‘이런 비위에도 불구하고 ‘포도청장’직을 제수했으니, 이 미욱한 자가 짐에게 그 얼마나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 하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여기서 ‘여왕’은 박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직무를 감찰하고 인사 검증 등을 책임지는 핵심 참모인 조 수석은 위장전입에 대해서도 과거 강경한 비판 입장을 보였지만, 위장전입 이력이 있는 이낙연 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각각의 자리에 최종 천거했다.
조 수석은 2010년 8월 한겨레신문에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줄줄이 밝혀지자,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 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음주운전과 위장전입에 대한 조 수석의 확 바뀐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어준씨마저 조대엽 후보자에 대해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12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적·물적 피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음주운전 전력은 중요한 하자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 피해가 전혀 없어도 방송에서 퇴출된 연예인도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조국 수석의 과거 발언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철성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주무부서 책임자인 데다, (조 수석이) 단순 음주운전 자체가 아니라 은폐하려했던 정황 등을 비판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철성 경찰청장과 조대엽 후보자를) 동일 선상에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