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무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졸음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육군 장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부대 복귀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육군 중위 박모(사망 당시 27)씨의 어머니가 강원서부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 춘천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틀 전에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순직 군경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사망의 원인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연천군에 주둔하는 육군 모 부대의 작전상황장교였던 박씨는 2012년 6월 11일 부대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비상상황으로 5일간 2교대로 비상근무를 했다. 상황이 종료된 지 이틀 만인 같은달 17일에도 당직근무를 서고 18일 오후 1시에 퇴근했다.

박 중위는 이날 오후 8시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졸음운전 교통사고로 숨졌다.

유족들은 “비상근무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보훈처는 “사적인 이유로 출타해 복귀하다 졸음운전으로 사망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졸음운전의 원인이 비상근무에서 당직근무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철야 근무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이라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상근무와 당직근무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유공자 대신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