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스라엘의 통신비 矯角殺牛

    입력 : 2017.06.10 03:10

    김강한 산업2부 기자
    김강한 산업2부 기자

    "통신비는 내렸지만 통신 인프라의 수준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어요."

    최근 이스라엘에서 만난 한 벤처인은 이스라엘 통신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 주도 개혁으로 통신비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통신 산업 기반은 취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과거 한국과 상당히 유사했다. 당초 이스라엘엔 우리처럼 거대 통신 업체 3곳뿐이었다.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2010년대 초부터 통신 시장 개혁에 나섰다. 기간 통신 업체를 3개에서 5개로 늘리고 알뜰폰 업체 4곳을 새로 시장에 진입시켰다. 약정 기간도 없애 마음껏 통신 업체를 바꿀 수 있게 했다. 통신 업체들은 인구 850만명에 불과한 작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 튀기는 가격 인하 경쟁을 벌였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통신비가 크게 절감되는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통신 산업에는 재앙이었다. 이스라엘 최대 통신 업체 셀콤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2012년 통신 시장에 뛰어든 골란은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1월 전자회사 일렉트라에 인수됐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인프라 구축은 통신 시장의 생명줄인데 매출 감소로 투자 여력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이스라엘 통신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이 7~9%라고 했다. 글로벌 통신 업체 평균치 16~17%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통신 업체들이 차세대 이동통신인 5G(5세대 이동통신)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이스라엘은 아직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 또 통신 업체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계기나 기지국 장비를 만드는 중소 통신 장비 업체는 물론 통신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도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료 인하 공약을 많은 사람이 손뼉 치며 반겼다. 돈 많은 통신 업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미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 투자의 정점(頂點)에 있는 통신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면 스타트업 생태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시장에서 경쟁 활성화가 아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두고두고 나쁜 선례만 남길 뿐이다. "가격을 통제할 거면 차라리 정부가 통신 업체를 모두 국유화하라"는 통신 업계의 비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기본료 인하 방침과 관련한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과도하고 예상치 못한 개입 탓에 한국 통신 기업들의 가치는 무려 42%나 저평가됐다. 정부가 한국 통신 업체들을 소유하지 않고도 개입하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자칫하면 통신 3사의 외국인 투자자들도 반기를 들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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