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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를 망친다" 프랑스가 경악했던 이 건물의 반전

  •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입력 : 2017.06.11 04: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파리의 아이콘 ‘유리 피라미드’

    루브르박물관의 관람객은 매년 600만명에 이른다. 가보지 않았아도 누구나 이름은 익히 들어봤을 루브르박물관은 에펠탑, 개선문, 샹제리제거리 등과 함께 파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명소이다. 루브르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품 소장으로 유명하며, 박물관으로 쓰는 루브르궁전 역시 800년 간 증축되어 온 역사속의 유산이다.

    박물관의 규모와 역사, 소장하고 있는 전시품 등 세계적인 박물관으로서 루브르박물관은 많은 곳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리 피라미드는 루브르박물관을 단지 유물과 미술품이 전시된 박물관뿐만 아니라 파리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환하게 불이 켜진 루브르박물관과 유리 피라미드. /픽사베이

    ■거센 반대 무릅쓴 유리 피라미드

    루브르궁전의 역사는 12세기에 시작된다. 루브르궁전은 처음 요새로 건축되었는데, 14세기부터 궁전으로 사용됐다. 그후 여러 왕들에 의해 증축되었으며, 현재 모습은 나폴레옹3세 때 완성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소장품 전시와 보관 공간이 부족해지는 등 박물관 사용이 불편해졌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랑 루브르(Grand Luvre)’ 계획이 세워졌다. 1983년 시작된 이 사업은 1993년 끝났는데, 이후 루브르박물관의 방문객은 2배로 늘었다. 그랑 루브르 계획의 핵심은 부족했던 전시 공간과 작품 수장고, 서비스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또한 관람 동선이 개선되는 등 박물관이 현대화됐다. 가장 큰 변화는 박물관 중앙에 새로운 출입구인 유리 피라미드가 세워진 것이다.

    루브르박물관 중앙 광장의 한복판에는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진 유리 피라미드가 있다. I.M.페이가 설계한 이 유리 피라미드는 계획 발표 때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파리 시민뿐만 아니라 프랑스인의 90%가 이 계획을 반대했고, 박물관 앞에서는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언론은 ‘칠판 위의 손톱’, ‘사회주의자들의 무덤’ 등으로 혹평했다. 당시 사람들이 유난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경복궁 안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면 모두 아연실색할 것이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루브르궁전에 현대 시설물을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었을 것인데, 이 계획은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에서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 형상인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이었고 이를 설계한 건축가도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것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은 추진됐다. 그랑 루브르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재임시 추진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s)’ 가운데 하나였다. 미테랑 대통령은 파리의 예술·문화 시설을 늘리려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 당시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 오르세미술관, 라빌레트공원 등이 건설됐고 뛰어난 현대 건축가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무대가 됐다.

    위성에서 내려다본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유리 피라미드. /구글 위성

    ■유리와 철과 돌의 조화

    결과적으로 유리 피라미드는 루브르의 유명 수집품들만큼이나 걸작으로 인정받게 됐다. 투명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진 현대적 피라미드는 석조의 루브르궁전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리와 철재, 석조 건축물은 대조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리 피라미드는 3개의 작은 유리 피라미드와 분수로 둘러싸여 있는데, 분수와 조명으로 어우러진 박물관에는 문을 닫는 시간에도 야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루브르궁전의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것은 유리 피라미드의 탁월한 점 중 하나이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인 피라미드는 루브르궁전으로 향하는 시야를 최소한으로 가리고 있다. 특수 제작돼 일반 유리보다 더 맑고 투명한 피라미드의 유리는 막힘없이 루브르를 보여준다. 루브르궁전의 모습은 유리 피라미드에 의해 훼손되지 않고, 더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유리 피라미드는 과거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자칫 고풍스럽기만 할 루브르박물관에 현대적 세련미를 보태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건설 당시 논란이 많았다. /픽사베이

    ■자연광의 지하 통로

    유리 피라미드는 ‘ㄷ’자 형태를 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의 중앙 광장에 있다. 길을 잃기 쉬운 루브르에서 관람객들은 유리 피라미드로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유리 피라미드는 단순히 박물관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이 아니다. 유리 피라미드는 기능상으로도 뛰어나다. 기존의 박물관 입구는 박물관 외부 측면에서 유리 피라미드로 옮겨졌고, 관람 동선이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관람객들은 중앙의 유리 피라미드를 통해 동쪽(슐리관), 남쪽(드농관), 북쪽(리슐리외관)의 각 전시실로 이동할 수 있다.

    또 피라미드는 부피에 비해 넓은 평면을 가지는데, 유리 피라미드는 이 넓은 평면을 통해 지하 공간에 자연광을 전달한다. 유리 피라미드의 채광으로 지하 홀은 쾌적한 공간이 됐고 카페, 레스토랑, 서점, 강당 등 관람객을 위한 공간들이 들어섰다.

    지하 홀에 있는 역(逆) 피라미드. 역피라미드는 지상의 유리 피라미드와 연결되어 있는데, 바닥에서 1m 이상 떨어져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하 홀에서는 역(逆) 피라미드를 찾아봐야 한다. 역피라미드는 지상의 유리 피라미드와 연결되어 있는데, 바닥에서 1m 이상 떨어져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닥에는 다시 돌로 된 피라미드가 맞닿을 듯이 있고, 유리를 통해 들어온 빛은 무지개 스펙트럼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유리 피라미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파리의 상징물이 됐다.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새롭게 재창조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루브르박물관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유산을 소유하고 문화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옛 유산을 누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후대에 물려줄 20세기의 유산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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