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테러 배후는 사우디·美… 보복할 것"

    입력 : 2017.06.09 03:03

    [테헤란 연쇄테러로 17명 사망 … 수니파·시아파 갈등 증폭]

    - "연쇄 테러범들 모두 이란 출신 IS"
    "美 대통령과 사우디 지도자 회동 1주일 뒤에 테러 일어나"
    사우디 "연루된 증거 없다"
    이란과 단교·하마스 조직원 추방… 사우디, 카타르에 10대 요구 제시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7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의 배후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지목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 양대 종파(宗派)인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과 이란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 묘지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1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 테러 직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는 배후를 자처했다.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미국 대통령이 테러 지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를 만난 지 1주일 뒤에 일어났다"며 "다에시(이슬람권에서 IS를 비하해 부르는 명칭)가 이번 잔인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것은 그들(미국과 사우디)이 이에 개입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무고한 이들이 흘린 피에 복수로 답했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은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 세력인 IS를 후원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대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공격 배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며, 사우디가 연루된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테러리스트, 신의 뜻에 따라 뿌리 뽑힐 것”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7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의 한 학교 행사에 참석해 “(이란 의사당 및 호메이니 묘지 테러 공격은) 폭죽놀이에 불과하다. 이란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는 신의 뜻에 따라 뿌리 뽑힐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테러리스트, 신의 뜻에 따라 뿌리 뽑힐 것” -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7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의 한 학교 행사에 참석해 “(이란 의사당 및 호메이니 묘지 테러 공격은) 폭죽놀이에 불과하다. 이란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는 신의 뜻에 따라 뿌리 뽑힐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AFP 연합뉴스

    이란 당국은 "연쇄 테러범들이 IS에 가담한 이란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란국가안전보장회의 부회장 레자 세이폴라이는 이날 이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들은 시리아·이라크 내 IS 점령지에서 훈련을 받았고, 최근 IS가 점령지를 대부분 빼앗기자 이란에 돌아왔다"고 했다. 이란 경찰은 이번 테러에 연루된 용의자 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테러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6명은 현장에서 자폭하거나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MNA통신은 알라딘 보르제르디 이란 국회의원을 인용해 "한 명의 여성 테러리스트가 호메이니 묘지에서 체포돼 현재 정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비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 직후 낸 성명에서 또다시 '이란 탓'을 했다. 그는 "무고한 희생자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란 국민을 위해 기도한다"면서도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나라들은 스스로 만든 악의 수렁에 희생자들을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즉시 "(트럼프의 언급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사우디와 이란 분쟁 일지표

    전문가들은 IS가 이란의 정치적·종교적 상징을 공격한 것을 두고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중동을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런던 소재 국제급진주의 연구소의 찰리 윈터는 미 PBS방송에 "이란 테러는 (IS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공격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승리"라고 했다. 그는 "중동 정세는 현재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갈등으로) 칼날 위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며 "이번 테러가 이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이란 테러뿐 아니라 카타르와의 집단 단교(斷交) 사태를 두고도 사우디와 이란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 카타르에 '이란과의 단교, (사우디에 비판적인) 알자지라 방송 축소' 등을 포함한 10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 정파 하마스 조직원을 추방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란이 사우디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신 예멘 내전 등을 통해 대리전을 벌이거나 이라크·시리아에서 진행 중인 IS 격퇴전에 더 깊숙이 발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란은 모술·락까 등지에서 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 BBC는 "외부 세력에 적대적인 이란 강경파 성직자 그룹과 혁명수비대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란이 IS 격퇴전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라크 북부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이라크 정부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가 IS 격퇴전 등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독립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이란·터키 등에 분포되어 있는 쿠르드족도 독립을 시도할 경우 중동 지역의 또 다른 분쟁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정보]
    유린당한 이란 수도 테헤란 '종교·정치적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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