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장애나 흉터를 안고 살게 된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우리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잖아요."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만난 정인숙(46)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굴, 손가락 등 전신(全身)에 화상 흉터가 선명했다. 정씨의 말을 듣던 송영훈(47)씨도 한뼘 남짓 남은 왼팔을 쓰다듬으며 거들었다.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몇 시간이 걸려도 병원 오는 게 행복해요."
정씨와 송씨는 한강성심병원이 진행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들이다. 스스로 화상을 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현재 화상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치료 경험담을 나누는 일을 작년부터 해오고 있다.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이들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울분을 털어놓는다.
정씨와 송씨는 화상 환자들의 '응어리'를 안다. 주변의 동정 어린 시선, 적당한 위로가 환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정씨는 지난 2007년 서울 신정동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로 몸 85%에 화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5~6년간은 병원 치료가 아니면 집 문 밖을 나서지 못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싫어서다. 2010년 전기 배선 작업을 하다 감전 사고로 양팔을 거의 못 쓰게 된 송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지 않으냐' 같은 위로를 하며 쳐다보는 게 더 괴롭고 싫어서 이사를 갔을 정도"라고 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준 건 한강성심병원 화상병동에서 만난 '선배 환자들'이었다. 송씨는 "'하필이면 왜 내가 사고를 당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자던 날, 복도에서 처음 보는 환자들이 '나처럼 이겨낼 수 있다'고 위로를 해준 게 한줄기 빛 같았다"고 했다. 이 기억을 잊지 못한 이들이 화상병동의 '선배 환자'가 되어 손을 내밀고 있다. "아무리 커다란 상처라도 절대 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