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맛 세상] 곤충, 바삭함을 사랑한 인류 최초의 스낵

    입력 : 2017.06.08 03:14

    '딱딱하면서 쉽게 녹고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도록 진화해
    스낵 같은 곤충의 맛 즐기도록 인간 DNA에 기록돼 있어
    동물보다 사육 비용 적어 미래 代案 먹거리로 각광받아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스낵 과자는 바삭한 식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음식이다. 입안에서 바삭바삭 기분 좋게 부서지는 과자를 개발하기 위해 제과업체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최근 '꼬북칩'이라는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오리온이 바삭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한 기술은 '겹치기'이다. 얇은 칩을 네 겹 포갰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지면 바삭한 식감이 4배 증가한다. 이제까지 국내에는 두 겹짜리 스낵만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다섯 겹은 없다. 스낵계의 최첨단 제품인 셈이다.

    바삭하다고 끝이 아니다. 바삭하되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 씹다 보면 어느새 과자가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부드러움과 가벼움도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씹어먹어도 이가 아프지 않다. 그러니까 잘 설계된 스낵 과자란 딱딱하면서 부드럽고 바삭하면서 가벼운, 모순된 식감을 아울러야 한다는 뜻이다. 스낵 회사에서 이러한 식감을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히 소비자들이 이런 식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저서 '맛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식품의 물성(物性)으로 '약간 딱딱하되 사르르 녹거나 바삭바삭 쉽게 부서지는 물성'이라고 꼽았다.

    인간은 왜 이런 식감을 좋아할까.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 DNA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최낙언씨는 그 경험적 지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정말 귀했고 액체인 것은 영양이 없었다. 딱딱한 건더기 물체가 뭔가 영양분이 있었는데 씹어도 계속 딱딱한 것은 소화 흡수가 되지 않는 것이므로 뱉어버리는 것이 현명했다. 반면 잘 부서지거나 녹는 것은 몸에 잘 흡수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약간 딱딱하지만 입에서 사르르 잘 녹는 음식은 항상 사랑받았다."

    [김성윤의 맛 세상] 곤충, 바삭함을 사랑한 인류 최초의 스낵
    /이철원 기자
    천연 음식 중에서 스낵 과자와 가장 비슷한 식감을 지닌 것이 곤충이다. 곤충은 단단한 껍데기를 씹으면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다. 인류가 바삭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로 오래전 곤충을 식량원으로 활용하던 습관을 꼽기도 한다. 고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벌레를 식용하는 인구가 20억명이나 된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번데기를 술안주와 간식으로 즐긴다.

    곤충은 미래의 대안(代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쉽게 말해서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몸무게 1㎏을 늘리려면 소는 10㎏, 돼지는 5㎏, 닭은 2.5㎏의 사료를 먹어야 한다. 반면 귀뚜라미는 1.7㎏이면 충분하다. 사료뿐 아니라 마시는 물과 사육 공간도 훨씬 적게 드니 생산성이 높고 경제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

    문제는 곤충 식용에 대한 혐오감이다. 하지만 이것도 의외로 쉽게 해결될지 모른다. 미국 프로야구팀 시애틀 매리너스는 멕시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뚜기볶음 차풀리네스(chapulines)를 올 시즌 처음 홈구장인 세이프코필드에서 선보였는데 뜻밖에 히트를 쳤다. 메뚜기를 마늘, 라임즙, 아가베(agave·용설란) 벌레 추출물이 섞인 소금과 함께 볶아 만드는 차풀리네스는 멕시코에서도 미식(美食)으로 이름난 오악사카(Oaxaca) 지역에서 즐겨 먹는 간식이다. 차풀리네스가 인기를 끈 건 메뚜기가 '무(無)글루텐(gluten-free)'의 건강식임을 내세웠고, 뻔한 핫도그나 팝콘과는 다른 별미 혹은 미식 스낵으로 음식에 관심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낯설거나 혐오스럽기까지 한 음식이라도 경제적이라거나 건강에 좋다거나 맛으로 어필한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차풀리네스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다.

    곤충 입장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으나 세계 최정상 요리사들이 곤충을 음식에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Noma)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샐러드에 레몬즙을 뿌리는 대신 붉은 개미를 올려 신맛을 낸다. 오너셰프(주인 겸 주방장) 르네 레드제피는 "지중해에서 비행기로 오랜 시간이 걸려 배송된 레몬보다 코펜하겐 인근 흙에서 잡은 개미에서 더 좋은 신맛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드제피는 메뚜기로 가룸(garum)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가룸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고등어·참치 등 생선을 발효한 액젓의 일종이다. 최근 이 가룸을 되살리려는 요리사들이 서양에 꽤 있다. 레드제피는 "가룸을 똑같이 되살리면 너무 비리고 짜서 현대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전통 가룸 제조법을 사용하되 메뚜기를 재료로 써서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몇 해 전 노마를 방문했을 때 이 메뚜기 가룸을 맛봤다. 짙은 적갈색을 띤 메뚜기 가룸은 멸치액젓보다 짙고 구수한 맛이 소고기·돼지고기 등 고기로 담그는 육장(肉醬)과 비슷했다. 우리의 먼 조상처럼 벌레를 상식(常食)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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