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100년 전 자동차가 해결한 런던의 환경오염

    입력 : 2017.06.06 03:10

    조형래 산업2부장
    조형래 산업2부장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은 녹아내리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4300억달러(약 500조원)를 구제금융으로 썼다. 2008년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행크 폴슨 재무장관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조성했고, 2009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첫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티머시 가이트너도 당적(黨籍)이 다른 전임자의 노선을 충실히 따랐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제를 망친 전 정권의 적폐를 단죄하느라 검찰이 먼저 나섰겠지만, 가이트너는 '왜 부패한 월가(街)에 혈세를 쏟아붓느냐'는 비판 속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기민하게 투입해야 위기가 진화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금융산업과 경제는 같은 위기를 겪었던 유럽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구제금융의 20분의 1이 채 안 되는 세금이 투입된 4대강 사업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첫 삽을 떴다. 당시 한국 은행권이 미국발(發) 금융 위기에 직접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무역 상대국인 미국·유럽 경제가 차례로 무너진 것은 상당한 위협 요인이었다. 미국 성장률이 26년 만에 최악인 마이너스 6.3%까지 고꾸라지자 한국 증시는 반 토막이 났고 환율이 요동치며 기업 투자도 급감하는 위기 징후가 나타났다. 여기에 개인 자산의 80%가 물려 있는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했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쳤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을 하느냐, 당시 야당의 주장대로 복지 사업을 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있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집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3월27일 세종시 세종보 주변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 위를 시민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질주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4대강 사업의 최고 히트 상품인 자전거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전국을 잇는 1700㎞의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자전거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연 7000억원대의 자전거 관련 내수 시장이 새로 창출됐다. 실제로 대표적인 자전거 기업인 삼천리자전거는 만성적인 내수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4대강 사업 이후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증시에는 자전거 테마주(株)가 등장했고 캠핑 등 다른 레저 산업도 급성장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유명한 영원무역처럼 해외 자전거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자전거 사업을 글로벌화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4대강 사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자전거 산업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 문제는 지금껏 주로 환경 이슈로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한번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미세 먼지가 심각하다고 해서 모든 정책을 환경적 시각에서 재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른바 '녹차라테'를 끊임없이 비판하기보다는 녹차라테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환경 산업을 창출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1900년대 세계 최대 도시였던 런던의 환경오염은 최악이었다.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던 당시 말 30만필이 쏟아내는 말똥 때문에 비가 오면 사람들은 분뇨의 강을 헤집고 다녀야 했다. 이런 최악의 환경오염을 해결한 것이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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