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우리 영화관에선 '옥자' 상영 안해" 공식 통보

입력 2017.06.05 03:02 | 수정 2017.06.05 06:15

온라인·극장 동시 개봉… 넷플릭스 상영 방식에 반발
CGV "영화 산업 생태계 파괴"

영화계 "제작 다양화는 반갑지만 인터넷 동영상 전락할까 걱정"
"관객에게 피해 안 가도록 해야"

국내 최대 상영관을 갖고 있는 CGV가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 국내 상영을 맡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CGV는 지난 2일 "온라인 서비스와 극장의 동시 개봉은 세계 영화 산업의 유통 구조 질서에 반(反)하는 처사로 영화 산업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 다른 영화 업계와의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아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CGV는 "이런 개봉 방식을 고수한다면 '옥자'의 극장 상영은 어렵다"면서 상영 불가 입장을 밝혔다.

CGV 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를 포함한 모든 마케팅도 진행이 곤란하다"면서 '옥자'의 광고·마케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와 한국 최대 영화 상영관이 '옥자'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세계 가입자만 9800만명에 이르며 지난해 수입은 88억달러(9조8000억원)였다. CGV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2575개 상영관 가운데 996개(39%)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영화‘옥자’를 촬영하는 봉준호(가운데) 감독.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는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밝혔으나, CGV가 최근‘옥자’상영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넷플릭스
'옥자'는 미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달러(560억원)를 투자해서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한국(월 기본 이용료 9500원)에서는 오는 29일부터 극장과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을 제외한 세계 190여 개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서비스할 계획이었다.

CGV와 넷플릭스의 갈등은 '옥자'의 상영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불거졌다. 신작 영화는 먼저 영화관에서 일정 기간 상영한 이후에 인터넷 TV(IPTV)나 DVD를 통해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온라인·극장 동시 개봉' 방침을 고수했다. CGV가 반발하는 대목이 이 지점이다. CGV 관계자는 "개봉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도 넷플릭스 측에서 일방적으로 '동시 개봉'이라는 입장을 정해놓고 상영관을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2~3위 업체인 롯데시네마(스크린 793개·31%)와 메가박스(590개·23%)는 아직 '옥자' 상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두 회사 측은 "개봉 1~2주 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영화 개봉이 기존의 극장 중심에서 인터넷 TV와 넷플릭스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영화 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회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먼저 극장 측에서 저항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영화 제작사와 감독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지난해 극장 개봉한 한국 영화는 330여 편에 이른다. 대부분의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같은 투자 배급사와 협력해야 하는 처지라는 뜻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온라인 서비스의 등장으로 제작 환경이 다양해진다는 점은 반갑지만, 영화가 스크린이라는 고유한 매력을 잃고 인터넷 동영상과 같은 취급을 받는 건 아닌지 씁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옥자'의 극장 배급을 맡은 NEW 측은 CGV의 상영 불가 방침으로 시사회 일정과 마케팅 등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는 ▲CGV를 제외한 다른 상영관에서 개봉,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제외한 극소수 상영관에서만 개봉, ▲넷플릭스와 국내 극장의 막판 협상을 통해 대다수 상영관에서 개봉 등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지금 논란에선 정작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관객의 권리라는 측면이 빠져 있다. 넷플릭스와 극장 간 싸움 때문에 관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정보]
CGV 오감체험 4DX, 파리 교두보로 유럽 진출
[키워드정보]
미국 최대 온라인 TV·영화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