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자유롭게 느끼고 놀듯이 즐겨야 창의력 자랍니다"

입력 2017.06.05 03:03 | 수정 2017.06.05 03:39

안나 커틀러 英 테이트미술관그룹 교육국장 인터뷰

주입·암기식 수업, 금방 흥미 잃어
작품 소감 나누며 공감 능력 자라
배움 강요 말고, 참여 유도해야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스페인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예술을 융합한 창의교육에 관심 갖는 부모가 늘고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우는 데 예술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세계적 권위의 현대미술관인 영국 테이트미술관그룹(Tate Group)에서 교육 부문을 총괄하는 안나 커틀러(50·Anna Cutler·사진) 제1교육국장은 "창의력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고 즐겁게 노는 과정에서 나온다"며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접하다 보면,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감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30년간 창의적인 예술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예술·학습 연계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커틀러 국장을 만나 '창의력 키우는 예술교육법'을 들어봤다.

◇아이 손잡고 미술관 찾는 영국 부모 多… 가족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 필요

커틀러 국장은 테이트미술관그룹(Tate Group)에서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창의적 학습 방법과 그에 맞는 환경 조성에 대해 연구한다. 그는 이 가운데 특히 어린이를 위한 '창의 미술교육'을 강조한다. "영국 부모들은 어린 자녀와 미술관을 자주 찾아요. 미술관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저는 미술관에 온 아이들이 작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며 다른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는 부모와 사회뿐 아니라, 수많은 문화예술기관도 어린이 창의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틀러 국장은 미술관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다. 테이트미술관그룹 내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연구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어떤 답을 정해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는 대중이 직접 경험하면서 자기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미술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한다는 뜻이죠. 예컨대 지난해 진행한 '하얀 전시'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온통 흰색 벽으로 둘러싼 공간을 활용한 전시회였어요. 여기에서 깃털, 프로젝터 등을 활용해 방문객의 그림자를 흰 벽에 담게 했죠. 방문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요. 아이는 물론 함께 온 부모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어요."

'공감(Empathy)' 역시 그가 강조하는 창의 미술교육의 핵심 중 하나다. 아이들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교류하면서, 같은 작품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예술은 갈등을 완화하고 서로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해요. 최근 영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이주민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이주민의 여정을 되돌아보자'는 뜻으로 강에 종이배를 띄우고, '속마음 부스'에서 일반 학생과 이주민 학생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학생들이 부스에서 나올 땐 서로 꼭 껴안아줄 정도로 친밀해졌어요. 이렇듯 예술교육은 아이들이 책이나 강의를 통해선 쉽게 배울 수 없는 공감 능력을 키워줍니다."

◇부모 욕심 아이에게 전가해선 안 돼

커틀러 국장은 창의 미술교육에 관심 갖는 한국 학부모를 위한 조언도 남겼다. 우선 "아이들에게 예술을 배우라고 강요하지 말고, 예술 속으로 '초대'하라"고 했다. 아이가 예술을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도와주라는 얘기다. "암기식·주입식 수업으로는 예술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요. 그동안 부모가 뒤에서 떠미는 '푸시(push)'형 교육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앞에서 끌어주는 '풀(pull)'형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아이가 즐겁게 참여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어요."

아울러 "교육에 부모 욕심을 담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아이에게 미술사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등 무언가 가르칠 요량으로 미술관을 찾기보다는 아이와 놀면서 자신의 생각과 풍부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미술관에 가는 일이 '공부'가 되면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어요. 예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있지도 않은 정답을 찾으라며 재촉하지 말고 아이가 예술을 자유롭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안나 커틀러
/양수열 기자
: 안나 커틀러 교육국장은
2006년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의 교육국장이 된 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테이트미술관그룹의 제1교육국장을 맡고 있다. 테이트모던과 테이트브리튼(Tate Britain)의 새로운 예술교육 구조와 교육전략 비전을 설립했다. 대학에서 강연하며 시나리오 작가, 감독, 교육가, 프로듀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5년 호주 정부가 주관한 예술교육포럼(Arts Learning Forum)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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