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후 암매장' 죗값 2년전엔 25년, 이번엔 3년인 이유는

입력 2017.06.03 11:58 | 수정 2017.06.05 10:34

이별을 요구하는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에 암매장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1월 청주지법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는데 1일 선고된 대전고법 2심은 2년을 깎아 징역 3년이 된 것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징역 3년은 합당한 대가일까. 또 함께 사체를 은닉한 동생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판결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한경진 기자가 양은경 법조전문기자에게 물어봤다.

한경진 기자: 2015년 동거녀 살해하고 시신 은닉한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그 사건과 이번 사건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양은경 기자: 적용 죄명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2015년 사건의 경우에는 살인죄로 기소됐습니다. 동거녀와 다투다 목졸라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실이 인정된 거죠. 살인죄의 경우 법전에 써 있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이고, 사형, 무기까지도 가능합니다. 반면 폭행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돼 있습니다. 폭행치사는 쉽게 말해 때렸는데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거나 해서 사람이 사망하는 것으로,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살인과는 다릅니다.
실제 처벌은 법정형대로 하는 건 아닙니다. 함께 기소된 다른 범죄와 경합범 가중을 하면 법률상 선고 가능한 범위는 동거남에게 3년~37년입니다. 항소심은 법률상 선고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형량을 준 것이지요. 많은 경우 판사들은 범행 동기나 합의 여부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한 ‘대법원 양형기준’을 주로 참고합니다. 보통 동기 살인죄의 경우 10~16년(비난할 동기의 경우 15~20년 등으로 가중), 폭행치사의 경우 2~4년입니다.

한경진 기자: 사람을 때려 죽였는데 ‘살인’이 아니라 ‘폭행 치사’ 혐의네요.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나요?
양은경 기자: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이사람이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검찰이 ‘죽일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지요. 콘크리트에서 암매장된 사체가 발견됐다면 먼저 살인죄가 의심됐겠지요. 그러나 ‘살인 의도’와 ‘살해 방법’ 모두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동거남은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겠다고 하자 화가 나 피해자를 세 대 때렸는데 죽었다”고 합니다. ‘화가 나 세 대 때렸다’는 것만으로 ‘죽일 생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렵겠지요 ‘세 대 때렸는데 죽었다’는 변명은 더 납득하기 어렵지만, 살인죄로 기소하려면 수사기관이 다른 사인(死因)이 있었다는 것을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백골이 된 상태여서 사인 규명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검찰 관계자는 “두개골 함몰이나 골절 등 살인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동거남의 변명이 받아들여져 ‘폭행치사’로 기소된 것이지요.

한경진 기자: 범행 결과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큰 데도 깊이 반성·처벌불원·우발적 범죄라며 감형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양은경 기자: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유족과 합의했다’’피해자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이유로 2년이 감형됐습니다. 1심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가 2심에서 합의돼 감형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양형에 대해서는 상당수 법조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폭행치사 뿐 아니라 사체은닉죄도 있으니까요.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사람까지 동원해 콘크리트에 사체를 암매장한 것은 정말 죄질이 좋지 않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3년은 너무 가볍다”고 합니다.

한경진 기자: 피고의 동생은 심지어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신고도 하지 않고 살인 범죄를 은폐했는데 집유 판결이 합당할까요.
양은경 기자: 사체은닉죄는 법정형이 7년 이하입니다. 살인 후 사체를 은닉한 경우와는 달리 사체은닉에만 가담한 경우에는 형이 높지 않습니다.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것이지만 사체은닉은 ‘죽은 사람은 땅에 묻는 등으로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유족의 사회적 풍습을 침해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동생은 “운전만 했고, 암매장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는 동생이 가담 정도가 낮고 특별한 전과가 없었던 점을 감안했다고 합니다.

한경진 기자: 혹시 피해자가 노래방 여종업원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가요.
양은경 기자: 노래방 여종업원은 여러 가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인데, 이렇게 피해자가 범행에 취약한 대상이라는 것은 오히려 형을 높일 사유이지 깎아줄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노래방 여종업원이라는 직업은 오히려 ‘합의의 진정성’에 의심이 드는 정황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2심이 유족과 합의했다고 형을 깎아줬는데, 과연 유족과 생전에 얼마나 연락을 하고 지냈는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면 그 경우의 합의를 과연 감형사유로 고려할 것인가”라고 합니다.

한경진 기자: 밭에 묻는 것, 콘크리트로 묻는 것. 암매장 방식은 어떻게하건 형량은 다 똑같은가요?
양은경 기자: 아무래도 사후 발견을 어렵게 하는 경우 형이 더 가중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 또한 동생이 동생이 사체은닉 범행에 가담해 4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될 수 있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경진 기자: 시신을 그냥 파묻는 경우와 훼손해서 암매장할 경우가 형량이 다르겠죠?
양은경 기자: 형법 161조는 사체를 손괴, 유기, 은닉하는 행위에 대해 모두 징역 7년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체 뿐 아니라 유골 유발(遺髮), 관(棺)내에 장치한 물건에 대해 이런 행위를 한 경우도 같은 조문에 담고 있어 모두 법정형이 같습니다. 하지만 법정형대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으로 얼마나 비난받을 만한지, 유족의 감정을 손상시켰는지에 따라 실제 형은 달라지므로 시신훼손과 매장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양은경 기자,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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