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20] 스몸비族을 향한 경고

조선일보
  •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입력 2017.06.03 03:08

“한눈팔지 마라.” 신문광고(소녀 편), 광고주: 호주보행자위원회, 디자인: DDB 시드니, 2012년 5월부터 게재.
“한눈팔지 마라.” 신문광고(소녀 편), 광고주: 호주보행자위원회, 디자인: DDB 시드니, 2012년 5월부터 게재.
스몸비(Smombie)가 뭐지?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용어로 스마트폰에 빠져 사리분별을 못하는 노예가 된다는 의미이다. 요즘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다른 보행자들과 부딪치거나 자동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휴대폰을 보면서 걷다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찾은 사례가 10배나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2016년에 발생한 스몸비 관련 교통사고는 1360건으로 2011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스몸비족(族)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표지판의 개선,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도로의 설치, 경고 포스터의 게시 등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2010년부터 보행 중 디지털 기기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공공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호주보행자위원회는 광고대행사인 'DDB 시드니'에 공익광고 디자인을 의뢰했다. 딜런 해리슨(Dylan Harrison)이 이끄는 창의적인 디자인팀은 "한눈팔지 마라―멈춰라, 보아라, 들어라, 생각하라"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각각 소녀, 소년, 어린이를 등장시킨 3부작 신문 광고와 TV 동영상 광고를 디자인했다. 위원회가 호주의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고 있는 신문광고는 충격적이다. 방금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듯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10대 소녀의 귀에서 붉은 피가 이어폰 형태로 흘러나오는 장면은 소녀가 스몸비 교통사고의 희생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차도를 건너며 양쪽을 보지 않은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 광고 디자인에 대한 선호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무의식중에 스몸비족이 되어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증가하는 스몸비 사고를 방지하려면 운전이나 보행 중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제반 법적·행정적 조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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