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굿바이, 생리대?

조선일보
입력 2017.06.03 03:02

생리컵, 여성들에게 대용품 떠올라

"더 일찍 알지 못한 게 恨"
삽입식이기 때문에 피부 알레르기 없고
세척후 반영구적 사용

국내 생산안돼 해외직구
일부선 "처녀성 훼손" 비난… 당국도 유통 허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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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레나컵’. 생리컵은 모양과 크기, 실리콘 종류에 따라 수십 가지가 있다. / 성형주 기자
대학원생 장모(28)씨는 작년 12월부터 일회용 생리대 대신 생리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회용 생리대부터 '탐폰'이라 불리는 체내 삽입용 생리대, 면 생리대까지 사용해 봤지만 부작용을 15년 동안 겪어왔기 때문이다. 생리대에 닿는 부분의 피부가 짓무르고 알레르기가 생기곤 했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생리컵을 구매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만드는 곳은 찾을 수 없어서 외국에서 구매대행을 해야 했다. 물 건너 오느라 3주 뒤에나 도착했지만 장씨는 생리컵 칭찬을 늘어놨다. 그는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가야 한다면 끔찍하다"면서 "(생리컵을) 더 빨리 알지 못한 게 한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일회용 생리대 대신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생리대는 속옷 안쪽에 스티커 등으로 부착해 사용했지만 생리컵은 탐폰처럼 실리콘 재질의 컵을 체내에 넣어 생리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피부에 닿는 부분이 없어 생리 기간에 겪는 피부 알레르기 등 생리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세척만 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매달 생리대에 쓰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4개월째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모(33)씨는 "외국 사이트에서 생리컵 두 개를 6만원에 구매했다"며 "살 땐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에 2만~4만원 들던 생리대 가격을 계산해보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했다.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거나 생리대 부작용으로 쇼크를 받아 쓰러졌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생리컵에 대한 가임기 여성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생리컵을 판매하는 곳이 아직 없는 데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도 블로그 이외에는 생리컵이 어떤 것인지조차 설명을 찾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사용 후기를 공개한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 생리컵의 유연성, 두께, 크기, 모양 등을 구체적으로 써놓은 포스팅이 6개월 만에 조회 수 10만이 넘기도 했다. 생리컵으로 옮겨간 지 1년이 넘었다는 이재희(34)씨는 "우리나라에선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서 해외 유튜브 영상과 영어로 된 사이트를 통해 사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생리컵을 바라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 탓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체내에 삽입해 사용하는 상품이다 보니 '여성의 처녀성이 훼손된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교육 등을 통해 '나쁜 것이 아니다'고 배우지만 생리를 한다는 것이 한국 여성에겐 아직까지 숨기고 싶은 치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생리컵 유통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공식 정보가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만들어지는 생리컵의 종류를 모두 합하면 30가지가 넘는다. 생리컵은 생리대나 붕대 등과 함께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데, 아직 의·약학적으로 세밀한 검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로도 생리컵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김동석 회장은 "혈액이 몸속에 고여 있다가 응고될 가능성도 있는 데다 질 속에 염증이 있을 경우 심하면 폐혈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생리대 알레르기 등은 사라지겠지만 임상 연구 등이 아직 많지 않아 사용자가 어떤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현재 생리컵을 수입해 판매하겠다는 한 유통업체가 서류 심사를 받고 있고, 제조·판매를 하려는 업체 다섯 곳이 상담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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