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돌고래한테 손발이 있다면

    입력 : 2017.06.03 03:02

    [마감날 문득]

    개를 키우면서 부쩍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다. 배변 훈련이 안 되는 개부터 주인을 물어뜯는 개까지 온갖 개들의 이상행동을 제보받아, 동물 전문가가 그 증상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다. 매번 반복되는 메시지는 "개를 야단쳐 봐야 소용없다. 개는 당신이 무서워 피할 뿐, 잘못된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이 프로그램 제목은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세상에 나쁜 개가 있는가. 없다. 인간이 혐오하는 동물들, 이를테면 바퀴벌레, 파리, 모기, 악어, 상어들이 나쁜가. 그들은 그저 바퀴벌레나 상어로 태어났다. 부모가 가르쳐 준 대로 살기 위해 투쟁할 뿐인데, 인간 눈에 그들의 행동이 나빠 보이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하이에나가 제일 질 나쁜 짐승인 것 같다. 이것들은 공들여 사냥도 하지 않으면서 떼로 몰려다니며 사자나 호랑이가 사냥한 먹잇감들을 빼앗아 먹는다. 그렇다고 하이에나가 나쁜 짐승인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386 정치인들이 한때 열렬히 써먹었던 '내재적 접근법'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명제는 '세상에 착한 인간은 없다'로 바꿔도 될 것 같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들이야 물려받은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고, 인간은 유전자 법칙에 자신의 꼼수를 더해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는가. 세상에서 나쁜 짓을 하겠다고 맘먹고 나쁜 짓을 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는데 인도에 연수 다녀온 후배가 자기 경험을 얘기했다. 어느 날 부엌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원숭이가 부엌 창문을 열고 들어와 식탁에 있던 바나나를 까먹고 있었다고 했다. 간신히 원숭이를 달래 내보낸 그가 인터넷으로 동물의 지능을 검색해보니 돌고래 지능이 동물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가 말했다. "돌고래한테 손발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원숭이가 부엌 창문을 열고 들어올 정도면 돌고래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겠어요?" 어쩌면 동식물들의 본능으로 가득 찬 지구에 인간이 엉뚱하게 서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