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보고서 한 장에서… '세금 먹는 괴물'이 달리기 시작했다

    입력 : 2017.06.02 03:03

    [실패 연구] 의정부 경전철, 어쩌다 파산 지경까지 이르게 됐나

    - 95년 교통개발硏'하루 10만명 탄다'
    KDI 공공투자센터 검증도 엉터리
    김문원 시장 등 "사업성 충분하다"
    당시 보고서 실종, 책임자는 사망

    - 개통후 잇단 파산 경고… 市는 뒷짐
    2012년 감사원 "적자대책 세워라"
    2015년 사업자 지원 요청도 방치

    개통 4년 10개월 만에 부채 3676억원을 안고 파산한 의정부경전철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의정부시는 법원의 파산 선고에 따라 약 2200억원의 계약 해지금을 민간사업자에게 물어줘야 할 형편이다. 이는 고스란히 주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앞으로 경전철 운영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물론 민간사업자도 사업성을 오판해 큰 손실을 보았다. 이처럼 의정부경전철은 막대한 경영 손실을 안고 파산했지만, 무모한 사업을 추진하고 사태 악화를 초래한 당사자들은 모두 책임을 떠밀고 있다.

    수요 예측·검증에 실패한 전문기관

    의정부경전철 사업에는 총 6767억원이 투입됐다. 민간자본 57%(3852억원), 공공재정 43%(2915억원)다. 의정부경전철 파산의 근본 원인은 '수요 과다 예측'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첫 단초는 국책연구기관이 제공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04년 의정부시의 '지하철 7호선 연계노선 경전철 건설·운영 기본계획 수립' 용역(1995)을 근거로 민간투자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연구 용역을 맡은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은 "개통 첫해 일평균 10만여명 승객이 이용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망은 최종적으로 7만9000여명으로 낮춰졌지만 개통 첫해 실제 승객은 예상치의 약 15%인 1만2000여명밖에 안 됐다. 지금도 30% 수준이다. '뻥튀기' 승객 추정이 화를 부른 근본 원인인 셈이다. 현재 의정부시나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같은 부실 보고서를 소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용역 책임자도 사망했다고 한다. 승객 수요를 과다 추정한 원인 규명이 어렵게 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당시 기획예산처는 뻥튀기 수요 예측을 근거로 한 민간투자사업을 심의·승인했고, 건설교통부는 이를 도시철도 기본 계획에 반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도 경제성 등을 제대로 검증해 걸러내지 못했다.

    법원이 의정부경전철에 대한 파산 선고를 내린 지난 26일 경전철 한 대가 경기도 의정부 어룡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법원이 의정부경전철에 대한 파산 선고를 내린 지난 26일 경전철 한 대가 경기도 의정부 어룡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수요 예측 오판으로 개통 4년 10개월 만에 부채 3676억원을 안고 파산했다. /조인원 기자
    이 사업을 사실상 주도한 의정부시조차 책임을 미루고 있다. 실시협약 체결(2006년), 공사 착공(2007년) 등 중요한 결정은 김문원 시장 재임(2002~2010) 시절 이루어졌다. 김 전 시장은 "민선 초대 홍남용 시장 당시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었고, 전문기관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파산'경고에도 의정부시 사실상 방치

    개통 직후인 2012년 말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2014년쯤에는 완전 자본 잠식으로 운행 중단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업을 중도 해지하면 지급해야 할 약 3800억원을 의정부시 재정 형편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우므로 파산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승객 부족 등으로 개통 첫해부터 적자 상황이 벌어지자 비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이미 5년 전에 현재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감사원의 경고를 사실상 묵살한 채 정상화 방안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누적된 적자로 벼랑 끝에 몰린 민자사업자가 2015년 11월 의정부시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면서 의정부경전철을 정상화시키는 '사업 재구조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1년 넘게 민자사업자와 채권 금융기관(대주단) 등과 검토와 협의를 거듭했지만 회생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재정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의정부시와 대주단, 민간사업자 등이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당시 의정부시 검토 의뢰를 받은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사업 시행 조건 조정 사유에는 해당하나 수용 여부와 종합적 유불리에 대한 판단은 공익적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라"며 하나 마나 한 권고를 했다.

    팽정광 의정부경전철 사장은 "당시 누적 손실을 우리가 모두 떠안고 앞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차원이었는데도 의정부시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낮은 금리 등을 이용해 사업 재구조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의정부시가 무슨 이유에선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당시 의정부시의 행정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기업정보]
    의정부 경전철 파산… 지자체들 이번엔 '트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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