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1일(현지 시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반(反)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에 맞서는 연대를 제안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던 메르켈 총리는 이날 미국이 보란 듯 환한 미소로 리커창 총리를 환대했다.
[트럼프·메르켈, 또 으르렁… 동맹에 금 가는 소리?]
중국 CCTV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중국과 독일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지속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양국이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세계를 향해 안정·협력·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발해온 메르켈 총리와 함께 개방과 자유무역을 기치로 중국과 유럽이 결속을 강화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중국이 믿을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고 CCTV는 전했다.
리 총리의 이번 독일 방문은 2004년 시작된 양국 총리 간 연례회담 차원이지만 이례적인 측면도 있다. 7월 초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중국은 권력 서열 1, 2위가 한 달 사이에 잇따라 한 국가를 방문하는 극히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독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31일 "중국은 자유무역과 파리기후협정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유럽과 대미(對美)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냉대한 것이 이런 중국에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