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반입 논란에 대해 진상 조사를 지시한 뒤 31일 미국과 중국도 상반된 입장에서 각각 '우려' 섞인 입장을 밝혔다. 대선 때부터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모두 설득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사드 삼국지 외교'가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올려진 셈이다.
미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청와대의 사드 진상 조사 지시 뒤인 30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 과정 내내 한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면서 "우리는 사드 프로그램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남은 4기의 발사대 배치를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전날 4기의 발사대에 대해 사실상 '몰래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 입장을 밝히며 진상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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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반입 논란과 관련해 "중국은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다시 한 번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취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회에 철회하라'고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미·중의 상반된 입장이 나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면담을 가졌다.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사드 진상 조사 지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며 "우선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의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 두 과정을 거치는 데에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나의 (진상 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 하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경우 기존 한·미 양국의 '최대한 신속 배치'라는 합의를 결과적으로 깨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