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이미지.

지난 29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문구가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 댓글란에 관련 문구가 즐비하고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는 ‘이게’나 ‘야당’만 쳐도 자동으로 문장이 완성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도 등장하고, 커뮤니티에선 각종 패러디물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야당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무더위’나 ‘내가 박봉인 이유’까지도 모두 야당 탓을 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 ‘아들 군 면제’ 등의 문제로 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일자,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낙연 후보자 인준 불가를 고수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하냐’는 반발심과 ‘야당의 공세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말의 시발점으로 보이는 커뮤니티 게시물.

가장 먼저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는 말이 사용된 곳은 커뮤니티 루리웹으로 보인다. 루리웹 회원 닉네임 ‘아스타로아’가 2017년 5월 29일 오전 11시 59분에 “이거 프레임으로 밀어야겠다. 늬들도 한번 당해봐라”는 게시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각 커뮤니티에 삽시간에 번졌다. 29일 오후 5시쯤엔 닉네임 아스타로아가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내가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순식간에 퍼지는구나”라며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다 OO 때문이다’의 시작은 2005년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때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한 네티즌들은 모든 사회 문제를 노무현 탓으로 돌렸다. 인터넷 댓글에서 시작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일반 대중들까지 사용할 정도로 유행했다. 2005년 9월,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 조롱하기가 국민스포츠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이게다야당때문이다 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던 문장을 인용해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의 발목 잡는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채감과 함께 ‘이제 얼마나 무서운 프레임인지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런 댓글놀이가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비판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믿는 대통령을 왜 반대하느냐는 식의 무조건적인 태도는 우려스럽다. 사회가 다양한 이념과 의견들로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특정 세력이 압도적인 힘을 가질 경우 꼭 문제가 생긴다. 촛불시위를 했던 세력들이 ‘권력화’ 되지 않도록 지지자들도 경계해야 한다. 야당이 청문회에서 인사기준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