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출근 5시 퇴근, 평범하게 일하며 사는 시대 지났다

조선일보
입력 2017.05.31 03:06

[한국 찾은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인터뷰]

'가속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변화… 하루 3시간 일해 200달러 벌기도
페이스북·트위터 전혀 안 해 "사람 직접 만나며 정보 얻어"

"하루 8시간 일하는 정규직 일자리? 평범(average)하게 일하고 살고 죽는 시대는 지나갔다.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문제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세계화를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저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64)을 30일 만났다. 그는 '가속의 시대'를 주제로 한 신작 '늦어줘서 고마워'(가제·21세기북스) 국내 번역출판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역설적 의미를 지닌 제목.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가치관 등 삶에 전면적 변화가 일어나는 '가속의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그는 "기술 혁신이 너무나 빨라 2년 반 동안 책을 쓰면서 인텔 담당자를 3번이나 새로 인터뷰해야했다"며 "잠자리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겠다고 뛰어다닌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은 무슨 뜻인가.

"원제 'Thank You For Being Late'는 약속한 사람이 늦게 도착해 한숨 돌리면서 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생겼을 때가 떠올랐다. 내달리는 세상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을 가속하는 힘은 뭔가.

"'반도체 성능은 2년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한 지구촌의 탄생, 자율주행차량의 등장 등이 여기서 비롯됐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발달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내용이 졸업할 때쯤이면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내가 책 쓰며 경험한 것처럼."

30일 서울에서 만난 프리드먼은 “변화하는 시대에는 지적(知的) 근육을 키워야 앞서 나갈 수 있다”며 “안타깝지만 보통의 직장에서 보통으로 일하면서 보통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30일 서울에서 만난 프리드먼은 “변화하는 시대에는 지적(知的) 근육을 키워야 앞서 나갈 수 있다”며 “안타깝지만 보통의 직장에서 보통으로 일하면서 보통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일자리 문제가 핵심 아닌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9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하는' 일자리다. 그런데 그런 일자리에서 즐거웠나?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2015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요식업 회사가 어딘 줄 아는가. '페인트 나이트(Paint Nite)'다. 칵테일 바에서 술을 마시며 밑그림에 색을 칠해 그림을 완성하는 곳이다. 밑그림을 그려주는 아티스트는 하루에 3시간 일하고 200달러씩 벌어간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올 것이다. AI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AI를 IA(intelligent assistant·똑똑한 도우미)로 활용하면 생산성이 늘어난다. AT&T·퀄컴 등은 이미 IA를 도입했다."

―AI 이야기를 하면서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안 한다고 들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쓰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내가 말하는 '배움'이 아니다. 난 직접 사람과 만나 정보를 얻는다. 페이스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칼럼 쓰고 책 쓰는 데 아무 지장 없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새 기술을 배척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새 아이폰을 물신숭배할 이유도 없다."

―소셜네트워크는 공동체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시대일수록 직접 만나서 상대방 눈빛을 보며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가 성공한 이유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공동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홍콩 '우산혁명' 관계자도 만났는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여론을 환기하고 정치적 변화의 첫발을 뗄 수는 있지만, 소셜네트워크로 자유를 공고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소규모 그룹이 직접 대화하고 신뢰를 쌓아야 문제가 해결된다."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뜨거운 주제였다. 책에는 언급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못 들어봤다. 책에서 내가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 변화를 뜻하는 것 같은데, 영미권에서 쓰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정치권이 그런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참, 트럼프는 '4차'는커녕 '1차 산업혁명' '2차 산업혁명'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웃음)."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은?

"(그는 1980년대 중동 문제를 보도하며 퓰리처상을 2번 받았다.) 북핵 문제는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It humbles me). 전쟁은 불가능하고 선택지는 협상뿐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비핵화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핵무기는 보유하려 할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못 하면서 시간만 끄는 상황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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