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임신부 사망 교통사고…'98억 보험금' 노린 남편의 살해? 단순 졸음운전?

입력 2017.05.30 15:35 | 수정 2017.05.30 17:38

‘100억대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위장한 치밀한 살인인가, 단순 졸음 사고인가’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 이모(47)씨가 몰던 스타렉스 승용차가 갓길에 서 있던 8t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캄보디아 출신의 임신 7개월 아내(당시 25세)와 뱃속 아기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와 달리 안전벨트를 맨 이씨는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한 이 사고는 이씨가 아내 명의로 26건의 보험에 가입했으며, 보험금이 98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제보로 알려지면서 복잡하게 꼬였다. 남편 이씨는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죄’ 받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이 내려진 이씨에게 30일 대법원이 다시 “증거가 부족하고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반전에 재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이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증거가 부족하고 살인 동기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단순 졸음운전을 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아내의 혈액과 이씨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란히 검출된 점, 사건 사고로 사망한 것이 틀림없는지 등 여러 의문점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조수석 파손 부위가 운전석보다 많고, 뒷바퀴가 11자로 나란히 정렬돼 충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졸음운전의 증거와 양립할 수 없다”며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다는 증거로 인정하기 충분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아내 사망 시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에 다수 가입하고 사고를 낸 점, 이씨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사고’ ‘어제 교통사고’ 등을 검색한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항소심과 달리 봤다. 대법원은 “이씨는 사고 당시 자산이 빚보다 상당히 많았고, 월 수익이 900만~1000만원에 이르렀다”며 살인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아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사고를 낼 만큼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점, 사망한 아내의 보험가입이 6년에 걸쳐 꾸준히 이뤄진 점, 이 사고를 고의로 낼 경우 본인에게 미칠 위험 정도도 매우 심각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심은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유죄를 인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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