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br>그걸 전달하는 게 내 역할"

    입력 : 2017.05.29 03:03

    [제70회 칸 영화제]

    '히카리' 가와세 나오미 감독

    영화 음성 해설 작업사와 시력 잃은 사진가의 이야기
    "꿀에서 건져낸 듯한 영상" 호평

    20년 전인 1997년, 스물여덟의 그는 영화 '수자쿠'(萌の朱雀)로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당시 최연소 수상이었다. 10년 전인 2007년엔 '너를 보내는 숲'(殯の森)으로 황금종려상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다시 10년 만인 올해 경쟁 부문에 왔다. 이번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차례일까. 올해 칸 경쟁 부문 작품 중 가장 따뜻하고 희망적인 영화, '히카리(光)'의 가와세 나오미(48) 감독을 26일 크로아제 거리의 카페 마제스틱에서 만났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영화는 빛”이라며“거기에 뭔가를 실어 보내는 사람이 감독”이라고 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영화는 빛”이라며“거기에 뭔가를 실어 보내는 사람이 감독”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히카리'는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음성 해설 작업을 하는 여성과, 촉망받는 사진가였으나 시력을 잃은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이해해 가는 이야기. 가와세 감독의 영화에는 늘 두려움과 고통을 함께 겪고 이겨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 해도, 희망은 결국 우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모두가 너무 쉽게 '너와 나는 다르다'고 말하며 칼로 자르듯 서로를 떼어내죠. 하지만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제가 영화를 통해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감독으로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19편의 감독 가운데 여성 감독은 단 3명. '당신은 여기에 없었다'(You Were Never Really Here)의 스코틀랜드 감독 린 램지, '비가일드'(The Beguiled)의 미국 감독 소피아 코폴라 등 쟁쟁한 이름들 가운데, 가와세 감독은 가장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도 특유의 감성적인 대사와 편집이 잘 살아 있고, 해 질 녘의 빛을 따뜻한 느낌으로 잡아내는 화면이 아름답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히카리'의 화면을 "꿀에 빠뜨렸다 꺼낸 것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적은 대사량에, 주로 이미지로 말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은 "이렇게 말이 많은 영화를 만든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소재가 영화의 음성 해설이다 보니 대사량도 늘어났어요. 칼끝을 돌려 스스로를 향해 겨누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만든 영화를 관객에게 보인다는 건 그녀에게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공식 상영을 진행한 뤼미에르 극장에 불이 꺼지자, 스크린 위 세상과 현실 속 세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서로 번져나가기 시작했죠. 2000명 넘는 관객이 서로 연결돼 공감하는 게 느껴졌어요. 언제 봐도 가슴 벅찬 순간입니다."

    '히카리'는 일본어로 '빛'이라는 뜻. 감독은 "영화는 곧 빛이다. 빛은 우리가 만들 수는 없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 것이며, 거기에 무언가 실어 보내는 사람이 감독"이라고 했다. "때로는 압박감에 무너지고 가끔은 내 안에 더 이상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듯 의심에 휩싸이기도 하죠. 그래도 영화를 완성해내려면 강해져야 해요. 영화란 불확실한 것들의 총합으로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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