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눈먼 돈' 특수활동비, 정말 필요했어?

국정 수행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라고는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돈,
속칭 '눈먼 돈' '검은돈'이라고도 불리는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문제가 떠올랐다.

  •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오현영

    입력 : 2017.06.01 08:34 | 수정 : 2017.06.01 09:58

    "그동안 '눈먼 돈' 지적 받았던,
    특수활동비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반적인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올해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로 책정된 161억 원 중 5월까지 사용하지 않은 127억 원의 42%에 해당하는 53억 원부터 줄이기로 했다.

    청와대는 내년도 특수활동비도 올해 줄어든 특수활동비 규모에 맞춰 31% 감축해 예산을 신청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면서 각 부처들에도 "정부의 특수활동비 사용 지침을 따르라"고 했다.
    文대통령 "특수활동비 줄여라… 내 가족 식비도 월급으로 쓸 것"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수활동비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5,000만 원…
    직무정지 기간에도 나간 35억 원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5월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상태에서도 청와대의 특수활동비가 30억여 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올해 1월부터 대선이 치러진 5월 9일까지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35억 원 정도 사용됐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로 직무 정지됐고,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를 떠난 상황을 고려하면 왜 올 들어 만 4개월여간 35억 원이나 쓰였는지가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부터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까지 6개월간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했다.
    "朴 탄핵 상태서도 靑 특수활동비 35억원 지출…용처 밝혀라"
    靑 "박 전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특수활동비 35억 혼자 쓴 것 아니다"
    /조선 DB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

    현금으로 지급되며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이 문제가 됐다. 정부의 총 특수활동비는 작년의 경우 8,870억 원으로 국정원, 국방부, 법무부, 청와대의 비중이 높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근거한다.
    그래픽=이은경

    특활비 예산 90% 집중된
    국정원·국방부·경찰청

    올해 정부는 특수활동비로 8,990억 원을 편성했다. 국회에도 국회의장,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 국회 보직자들에게 매년 80여억 원의 특수활동비가 지원된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구체적인 사용내역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묻지 마 예산' '검은 예산'으로도 불린다. 사적 유용 가능성이 높은 돈으로 분류된다.
    최근 10년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쓴 정부기관은 국가정보원(4조 7642억 원)이었고 국방부(1조 6,512억 원) 경찰청(1조 2,551억 원) 법무부(2,662억 원) 청와대(2,514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4년 새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2011년 9억 5,400만 원에서 2015년 54억 4,900만 원으로 5.7배 늘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같은 기간 88억 7,900만 원에서 84억 4,100만 원으로 4억 3,800만 원 줄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제외됐다가 올해부터 3억 원이 편성됐다. 부처 통합 특수활동비 추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8,441억 7,300만 원이었던 특수활동비는 올해는 8,810억 6,100만 월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약 161억 원, 올해 139억 원 증가했다.

    "나한테 넘어오면 내 돈 아닙니까?
    집에 갖다 주는 게 무슨 그게
    (문제가 됩니까)?"

    2년 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의 발언이 출발점이었다. 홍 지사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국회 특수활동비로 4000만~5000만 원을 받았는데 그중 일부를 생활비에 썼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당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돈을 자녀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했다. 국회는 발칵 뒤집혔고, 여야는 개선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의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졌고, 대통령부터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논란은 지속됐지만…
    2년 동안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

    그래픽=이은경

    "집행기준 국회가 가장 엉망"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 경우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써야한다는 기준이 전무 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썼다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수활동비 집행 기준이 가장 허술한 곳이 국회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뇌물 혹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빠져나가는 구멍 역할을 한다"(정치권 관계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하면서 유일하게 들지 않은
    비용이 비밀경호국과 비행기다."

    미국 백악관에선 가족 살림을 도와주는 도우미의 월급도 대통령이 주고 있고 식비와 심지어 치약, 칫솔 같은 비품들도 대통령이 사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퇴임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하면서 유일하게 들지 않은 비용이 비밀경호국*과 비행기다." 백악관 화장실에 있는 화장지부터 치약, 오렌지 주스 하나까지도 매달 식료품비 내역서를 받아서 자신이나 부인 미셸이 결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직접 쓴 책에서 "8년간 매 끼니 후 계산서를 받아야 했다"고 백악관 생활을 회상한 바 있다. 식비와 생활비를 대통령 월급에서 차감하는 이런 방식은, 1792년 미국 2대 대통령 때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 백악관. /조선DB
    * 비밀경호국: 미국 비밀경호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은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미국 연방 정부의 법 집행 기관이다. 이 기관은 대통령 경호, 위조지폐 방지·수사 등을 수행한다. 링컨 대통령이 창설한 재무부 비밀경호국은 원래 위조지폐 단속을 하는 조직이었으나,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 이후, 요인 경호를 하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2003년 재무부에서 국토안보부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나라 곳곳에서 지금까지 당연한 것처럼 쓰여왔던 특수활동비는 국민의 혈세다. 매년 세금만 오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이런 뉴스를 접하는 국민은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적극적인 조사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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