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문한 중국 특사단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완전한 철회'를 강력하게 압박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중국 측은 지난주 방문한 특사단에 "사드는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위협'으로 실질적 (철회) 조치 없이 한·중 관계는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회 비준 절차에 대해서도 이미 배치된 사드를 정당화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해찬 중국 특사는 24일 낮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처럼 강경한 중국의 입장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왼쪽) 중국 특사가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 특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휘몰아치듯 사드 철회 요구를 해왔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 통화에서도 시 주석이 "첫 통화지만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40분간의 통화 중 절반 정도를 사드 얘기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분위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보다도 가라앉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어 지난 19일 시 주석과 중국 특사단의 면담에서는 시 주석을 중앙 상석에 앉히고 우리 특사단을 아랫자리에 앉혔다. 사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한국과의 관계를 이전과 동등한 선상에 둘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사단의 방중 후 국내에서는 한한령(限韓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측 얘기를 듣고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런 얘기와 함께 "(사드 보복 조치는) 사드 배치에 분노하는 중국의 민심이 만든 일"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철회로 중국의 민심이 풀려야 (보복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겠느냐"며 "어차피 중국과 사이 좋게 지내야 한국도 잘 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후과(後果)가 있을 것이란 암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우리 특사단은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시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이전 정부의 정책인 만큼 전반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실무 접촉 등을 통해 중국이 사드 사격 통제 레이더에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해주는 제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드 체계가 주한 미군 소유이고, 사격 통제 레이더의 성능 등은 미군의 군사 기밀이란 점에서 미국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 특사단의 귀국 후에도 중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22일(현지 시각) 코트디부아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방울은 매단 사람이 풀어야 한다(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한국의 사드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왕 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길을 적극적으로 찾기를 바란다"며 "한국 측이 실질적 조치를 취해 (한·중) 양국 관계의 목구멍에 걸린 (사드라는) 가시를 한시바삐 뽑아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