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측 "검찰 논리라면 '돈봉투 만찬'도 뇌물죄…추론과 상상으로 기소" 18개 혐의 전면 부인

입력 2017.05.23 11:51 | 수정 2017.05.23 11:58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은 23일 첫 공판에서 삼성과 롯데·SK로부터 592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 18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고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른 게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는 점을 먼저 말한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받아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재단의 돈은 관계 정부 부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스스로 쓰지도 못할 돈을 왜 받아내려고 재단을 만들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사의 주장인데, 공소장 어디를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5책에 이르는 분량인 증거 상당수가 언론 기사로 돼 있는데, 언제부터 검찰이 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또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이 불충분한 증거로 뇌물죄를 적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지금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감찰을 하고 있다"며 "만약 (기사를 증거로 뇌물죄를 적용한) 이 사건의 논리를 검찰에 적용하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 가능하다는 게 본 변호인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또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검찰 공소장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떻게 공모해서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 설명이 빠져 있다"며 "대통령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는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해서 안종범 전 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기금을 모금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하면서, 대기업들이 출연을 안 하면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어떤 경위로 어떻게 협박과 폭행을 해서 재단 출연하게 했다는 건지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과 관련해서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떤 것도 보고받은 적이 없고, 지원 배제시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설사 좌편향 단체에 대해 어떤 말씀이 있다 쳐도 그 말 한마디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살인범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시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하게 했다는 혐의에도 "최씨에게 연설문 표현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은 있지만, 인사 자료 등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혐의)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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