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 전할 신문고를

  • 김명자 한국과총 회장·前 환경부 장관

    입력 : 2017.05.23 03:07

    김명자 한국과총 회장·前 환경부 장관
    김명자 한국과총 회장·前 환경부 장관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때, 외교 안보·경제·사회 등 총체적 상황이 엄중하다.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인 데다 실질 실업자 300만명의 절반이 청년이다. 새 정부의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국정과제 1순위로 일자리를 설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제 추진 방식과 실적이 관심사다. 하루빨리 선도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는 터에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으니, 성장 엔진 창출과 일자리 만들기는 계속 최우선 국정과제로 남을 것이다.

    과학기술계는 대선 공약이 어떤 과학기술혁신(STI) 정책으로 모습을 갖출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 시스템과 생태계 구축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성과를 높일 해법을 찾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나쁜 규제'의 올가미를 제거하면서 STI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공유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지배 구조) 구현이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방향'을 설문 조사했다. 24일 과학기술혁신 대토론회에서 그 분석 결과를 추진 과제 도출에 연계하고자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과 혁신 정책' 설문 조사 결과는 26일 두 번째 대토론회에서 보고하고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계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답게 열정과 헌신으로 다시 프런티어 개척에 나설 수 있기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공약에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자율·책임 강화의 R&D 생태계, 청년 과학자 지원, 기초연구 확대와 관리 개선, 과학기술 저변 확대, 과학기술 행정체제 정비 등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플랫폼과 스마트 코리아 구축, 혁신 창업 국가 지향, ICT(정보통신기술) 르네상스가 눈길을 끈다.

    한 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선거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하지만 국정 전반의 큰 그림, 숲을 보면서 나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국가기획위원회가 꼼꼼히 점검 보완해 정책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가칭 'STI 신문고'를 설치해 연구 현장에서 기술 이전에 고전하는 R&D 사업을 모아 맞춤형 솔루션을 찾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다.

    R&D 관리는 창의성, 도전성, 자율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과 과제 선정·평가, 특허, 사업화 등의 총체적 프로세스 혁신이 불가피하다. 부처별로 분산된 연구관리 체제는 재정상 기초연구비와 맞먹게 비대해졌다. 5만4433개(2015년 기준) R&D 과제 중 불과 0.4%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모조리 추가 행정규제로 묶였다. 자율과 창의를 먹고 자라는 R&D의 속성을 고려하고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합리적 감사 체제가 나와야 한다.

    대통령에겐 국가 최고 인재를 모아 자기 사람으로 쓸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사람'이 거버넌스 체제보다 더 중요하다. 적재적소 원칙하에 사람을 쓰고 권한을 주되 단호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STI 정책도 사람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바라건대 통치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단순히 산업·경제 발전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경영의 기반이자 국정 과학화로 패러다임 전환을 할 수 있다면 한국의 STI와 성장 엔진 및 일자리 창출은 저절로 혁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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