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2004년 부시와 회담때 '나도 김정일 생각하면 짜증난다'며 맞장구"

    입력 : 2017.05.22 03:04

    [盧정부때 駐美대사·YS정부때 외무장관… 한승주 회고록]

    YS정부때 한반도 위기설 관련
    "당시 美 전문가 3분의 1이 北공격하자는 입장이어서 경악"

    한승주 전 장관
    노무현 정권 시절 초대 주미(駐美) 대사(2003~2005년)와 김영삼(YS) 정권 초대 외무부 장관(1993~1994년)을 지낸 한승주〈사진〉 전 장관이 21일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회고록을 공개했다. 한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한·미 간 대북 정책의 견해차가 컸던 노무현 정권 시절에 대해 "2년간의 주미 대사 시절은 'picnic(소풍)'이 아니었다. 북한에 대하여 강경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시 행정부와 온건책을 고집하는 한국 정부의 틈새에서 고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은 당시 한·미 간 불협화음의 대표적 예로 2005년 북한의 '핵보유 선언'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양국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너무나 상반된 견해와 접근 방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나라가 같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이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진 중에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워싱턴에서는 이들을 '한국의 탈레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2003년 봄에는 특이하게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세 사람이 하니까 골치가 아파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세 사람'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라종일 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이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반미(反美)적 인상을 풍기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한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며 "미국에 당신을 보냄으로써 대통령이 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고, 2004년 한·미 정상회담에선 당시 조지 부시 미(美) 대통령이 김정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자 "나도 김정일을 생각하면 짜증이 납니다"고 맞장구를 쳤다고도 했다.

    한 전 장관은 YS 시절 '한반도 위기 전쟁설'에 대해서는 "미국 외교·안보 당사자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단계까지 간 일이 없고, 실제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보고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강조했다"면서도 "미국 전문가들의 3분의 1이 당장 북한을 공격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경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전 장관의 회고록 '외교의 길'은 이번 주 중 출간될 예정이다.


    [인물정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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