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가깝고 땅값 저렴… '귀농·귀촌 특구' 홍천

    입력 : 2017.05.22 03:04

    [히든 시티] [8] 지자체 첫 '전원도시 특구' 강원도 홍천군

    - 농촌살이 미리 경험
    체류형 창업지원센터 만들고 멘토 그룹 25명으로 확대
    농사 짓는 기술 교육부터 주민간 갈등 해소도 도와

    "2020년까지 242억원 투입… 귀농·귀촌인 8000여명 유치"

    "이건 고추하고 옥수수, 저기 심은 건 상추하고 깻잎. 요즘 이거 키우는 맛에 산다니까."

    김병욱(54)씨는 요즘 농사일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6월 무역회사에서 퇴직한 김씨는 두 달 전 아내 배정윤(49)씨와 함께 서울에서 홍천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로 내려왔다. 올해 12월까지 머물며 텃밭을 가꾸고, 과수 재배법 등 기초 영농법을 배울 예정이다. 김씨는 "홍천은 서울과 가깝고 땅값도 저렴해 귀농지로 선택했다"면서 "사과 농원을 하려고 땅도 사 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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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인이 운영하는 농장서 당나귀 타는 아이 - 지난 18일‘동키 캐슬 캠핌장(홍천군 남면)’을 찾은 지역 유치원 어린이가 당나귀를 타며 웃고 있다. 고삐를 잡은 이는 마을 주민인 전상우씨다. 이곳은 2010년 서울에서 강원 홍천군으로 귀농한 이용수(56)씨 부부가 운영하는 농장이다. 이씨 부부는 당나귀 먹이 주기·당나귀 타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1인당 1만~1만5000원을 받고 있다. 학생과 관광객 등 연간 5000명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홍천군
    체류형 농업창원지원센터는 지난 3월 서석면 검산리에 4만1423㎡ 규모로 문을 열었다. 주택 28채와 교육관, 농자재보관소, 텃밭, 공동 실습 비닐하우스 3동 등으로 이뤄졌다. 예비 귀농인들이 최대 11개월간 생활하면서 영농을 배울 수 있다. 현재 이곳엔 30대부터 60대까지 36명이 부농(富農)의 꿈과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사계절 관광·레저 명소로 알려졌던 홍천이 귀농·귀촌 1번지로 거듭났다. 지난 2014년 노승락 군수가 부임하면서 톡톡 튀는 시책을 잇달아 추진해 매년 2500여명 안팎의 도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2020년까지 242억원 들여 특구 활성화

    강원도 홍천군
    홍천군은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전원도시 귀농·귀촌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지원권(홍천읍·서석면)·전원생활권(내촌면)·산림휴양권(내면)·농업경영권(서면) 등 4개 권역 114만㎡이다.

    군은 2020년까지 242억원을 투입해 귀농·귀촌인 8000여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 일원에 오대산 자락의 청정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휴양형 정주 기반을 조성하고, 서면 팔봉리에 돌배와 오미자 가공 시설 등을 마련해 농업 경영 희망자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원격 의료 서비스 체계도 구축한다.

    홍천군은 앞선 지난해 5월 귀농·귀촌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5명으로 이뤄진 전담팀은 정착 상담, 교육, 융자 지원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마을 주민들과 이주민 간에 생기는 갈등을 해소하는 일도 한다. 군은 지난 2015년 전문 농업인 등 18명을 선정해 귀농인에게 작물 재배 방법 등 농업 정보를 알려주고, 농장에서 직접 현장 실습도 시켜주는 역할을 맡겼다. 군은 올해 이 같은 '멘토(스승·조언자) 그룹'을 25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근접성 등 귀농에 필요한 3박자 갖춰

    홍천은 수도권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서울에서 가깝고, 땅값은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싸다. 2009년 7월 서울~동홍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서울~홍천 간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대에서 40분대로 줄었다. 다음 달 동서고속도로(서울~강원 양양)가 완전 개통되면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홍천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면적(1820㎢)이 크다. 서울(605㎢)의 세 배, 제주도(1849㎢)와 비슷하다. 동쪽은 고랭지, 서쪽은 평야가 잘 형성돼 있어 쌀·잣·찰옥수수·단호박·인삼·한우 등 다양한 농축산물을 생산하기에 좋다. 최근엔 기후 온난화로 사과·구기자 등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던 작물의 생산량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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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 농업 기술 배우는 예비 귀농인들 - 홍천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서 교육생들이 묘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곳에선 예비 귀농인들이 최대 11개월간 지내며 기초농업 등을 배울 수 있다. /홍천군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현지 적응이다. 무작정 농촌으로 이주했다간 낯선 환경에서 막막함만 커지게 마련이다. 홍천군은 올 하반기까지 2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홍천읍과 서석면에 사랑채 5동과 집 3동을 짓기로 했다. 귀농을 원하는 사람은 월 10만~2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최대 1년 동안 살면서 주민들로부터 영농 기술을 배우는 등 농촌살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노승락 홍천군수는 "홍천으로 이주해 온 도시민들에게 농사짓는 기술만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촌에 정(情)을 붙이고 뿌리를 내리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정보]
    대한민국 강원도 중서부에 위치한 홍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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