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개헌, 국회합의 안되면 국민합의 본 것만이라도 하겠다"

    입력 : 2017.05.20 03:01

    [5黨 원내대표와 오찬]

    文대통령 "나는 스스로 말에 많은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
    국회가 최종 합의안 못내면 독자적으로 개헌안 내겠다는 뜻
    내년 6월 투표, 개헌일정 고려하면 내년 2월 중순前 발의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나는 스스로 말에 많은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까지 하며 의지를 밝힌 이상, 개헌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중 '4년 중임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으로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도 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개헌 국민기구' 구상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가 개헌에서 국민 의견 수렴 역할을 한다면 대통령이 절대 발목을 잡거나 할 의도가 없다"며 "그러나 그것이 잘되지 않으면 그 당시까지 국민적 합의를 본 부분에 대해서만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회가 최종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내서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 개헌안이 통과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107명)만 반대해도 통과는 안 된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 합의를 본 부분'이라는 '장치'를 뒀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 범위에서 개헌안을 만들 경우엔 마냥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또 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 합의를 얻어 나간다면 구태여 정부에서 개헌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여론 수렴이 미진하거나 국회와 국민의 개혁 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정부 내에 개헌특위를 두거나 국민적 논의 기구에서 마련된 안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야당에서 "개헌하라"며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이날 대통령 발언으로 '그때까지 합의 못 하면 내가 추진하겠다'며 거꾸로 야당 압박에 나서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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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 회동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시기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제시했다. 전 국민이 투표를 해야 하는 지방선거 날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다. 내년 6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개헌안 공고(20일), 국회의 의결(60일 이내),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등 개헌 일정을 모두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2월 중순까지는 정부와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에서는 권력 형태부터 기본권과 분권, 선거제도 등에 대한 이견(異見)이 여전해 이 시기에 맞춰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1월 출범했지만 대선을 거치며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오는 6월 말 1차 활동 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에 정치권은 개헌특위의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

    文 대통령이 원하는 개헌 방향

    문 대통령이 원하는 개헌 방향은 이미 공개돼 있다. 그는 지난 4월 국회 개헌특위 토론회에서 개헌의 3대 원칙으로 '국민 중심 개헌' '분권과 협치의 개헌' '정치 혁신 개헌'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개헌은 국민의 참여와 토론 속에 이뤄져야 하고, 분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 중앙과 지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선거제도와 정부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 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 항쟁 정신을 넣고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며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선거제도 개편 ▲4년 대통령 중임제 ▲입법·행정·재정·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보장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조정 등을 개헌 내용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 개헌안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차기 대통령선거를 2022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었다. 총선과 대선의 주기를 맞출 필요는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 생각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기본권 강화라든지 지방 분권 개헌에 관해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5·18의 헌법 전문 게재를 포함해 기본권 강화 등에서 여야 견해 차이가 현격하다. 주목되는 것은 현재 가동 중인 국회 개헌특위와는 별개로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헌 논의 기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토론회에서 "대선 후 정부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산하에 국민들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 참여 개헌 논의기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아직 이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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