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부활… '국정원 댓글 수사' 朴정부와 악연이 전화위복

    입력 : 2017.05.20 03:01

    ['고검장급'인 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낮추면서 윤석열 승진시켜 임명]

    - 청와대가 직접 "윤석열" 발표
    與 "국정농단 추가 수사에 적합", 野 "검찰 줄세우기 시작된 건가"
    檢 "선후배의 신망 두터운 인물"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해 징계받고 지방 고검 전전하다가
    '최순실 특검'에 팀장으로 합류

    윤석열(57)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19일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벅찬 직책"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검찰 개혁'이나 '정윤회 문건·우병우 재조사'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선 "명예를 좇지도 자리를 좇지도 않겠다"며 "일을 일답게 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전국 검사 2000명 가운데 250명이 소속돼 있고 대형 비리와 공안사건 담당 수사력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지검장급에서 고검장급으로 격상되면서 '차기 총장 자리를 의식해 정권 눈치를 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런 지적이 있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내린다면서 윤 지검장을 승진 발령했다. 막 승진한 초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것은 검찰 역사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破格) 중의 파격'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밝은 표정으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법무부·검찰 지휘부의 눈 밖에 나 좌천됐지만, 작년 말 ‘최순실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밝은 표정으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법무부·검찰 지휘부의 눈 밖에 나 좌천됐지만, 작년 말 ‘최순실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박상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윤 지검장은 국정 농단 추가 수사 등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반겼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서울중앙지검장 직급을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까지 한 것은 다분히 윤 지검장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한 의도"라며 "검찰 줄세우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윤 검사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맞붙은 2012년 대선 때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을 거듭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나무랄 것 없는 인사"라면서도 "청와대가 지검장까지 선정해 발표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중립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과 최순실 사건을 수사해 밖으론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윤 지검장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아니다"며 "결기가 있어 검찰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서울대 법대(79학번)에 들어간 지 12년 만인 1991년 사법시험 33회에 늦깎이로 합격했다. 사시 동기생들보다 나이가 많고 김수남 전 총장이 대학 동기다.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에서 굵직한 사건 수사를 많이 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약력 표

    2004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끄는 대선 자금 수사팀에서 노무현·이회창 캠프 대선 자금 수사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안 부장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했다. 2011년 중수부 1과장 때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연루된 '13억 돈상자 사건'을 수사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이끌어낸 것도 그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초 이명박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에 파견됐고,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주도했다.

    그의 '검사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꾼 게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은 일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법무부와 갈등을 빚던 그는 그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해 징계를 받고 작년 말까지 고검을 전전했다. 국감 당시 "(검찰을)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그를 다시 수사 일선으로 복귀시켰다. '현대차 사건' 때 중수부장이었던 박영수 특검이 지난해 12월 그를 특검팀 파견검사 팀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특검팀 합류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한풀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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