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전설 넘어… 25세 '손샤인' 역사를 쏘다

    입력 : 2017.05.20 03:11

    [오늘의 세상]
    손흥민, 시즌 20·21호골… 차범근 이후 31년만에 한국인 유럽리그 시즌 최다골

    - 손흥민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잉글랜드 무대 2시즌 만에 29골… 박지성 '8시즌 27골' 기록도 넘어

    - '축구 홈스쿨링'으로 기초 닦아
    선수 출신 아버지가 직접 지도, 하루 수천번 볼트래핑·양발 슈팅
    이젠 축구 종가서도 톱클래스

    손흥민과 차범근의 역대 기록 정리 표

    지난 30여년간 한국 축구 최고 공격수를 말하면 누구나 차범근을 떠올렸다. 차범근은 25세에 독일로 건너갔고, 1년이 지나자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던 분데스리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독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로 명성을 날렸다. 골로 수비진을 폭격한다고 해서 '차붐(cha boom)'이란 별명도 얻었다. 최전성기였던 1985~86 시즌엔 레버쿠젠에서 모두 19골을 넣었다. 이후 유럽에서 그 기록을 뛰어넘은 한국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2017년 5월 19일, 31년간 유지돼 오던 차붐의 기록이 깨졌다. 새 전설을 쓴 주인공은 잉글랜드 토트넘의 스물다섯 살 공격수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이날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벌인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두 골을 뽑아냈다. 그의 활약 속에 팀은 6대1로 이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골로 차범근과 기록이 같았던 손흥민은 19일 경기에서 시즌 20·21호 골을 넣으며 유럽 무대에서 한 시즌에 골을 가장 많이 넣은 한국인 선수가 됐다. 차붐이 독일로 건너간 그 나이에 차붐을 넘어선 것이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첫 골을 넣고 카메라를 향해 양손으로 숫자 '20'을 만들어 보였다. 이날 기록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경기 후 그는 "(기록을 깨서)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행복한 밤"이라고 했다.

    '기록 브레이커' 손흥민

    2016~17시즌 손흥민의 여정은 '기록 파괴'의 연속이었다. 그는 올 1월 시즌 9호 골을 기록하며 박지성과 기성용이 갖고 있던 한국인 잉글랜드 무대 '한 시즌 최다 골'(8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3월엔 FA컵 8강전 밀월 상대 경기에서 세 골을 터뜨려 잉글랜드에서 뛴 한국인 최초로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19일 두 골을 넣으며 차붐의 기록과 동시에 한 가지 기록을 더 깼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영웅 박지성이 2005~06 시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8시즌 동안 활약하며 넣은 통산 27골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2015년 잉글랜드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27골을 넣어 박지성과 동률을 이뤘던 손흥민은 이날 2골을 추가해 통산 29골이 됐다.

    그러는 사이 각종 수상 기록도 따라왔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최근엔 4월의 선수로도 선정됐는데, 올 시즌 이 상을 두 번 받은 선수는 전체 프리미어리거 중 손흥민이 유일하다. 축구의 본고장에서 최고 선수라는 '인증'을 받은 셈이다.

    골 폭죽 비법은 아버지의 홈스쿨링

    손흥민은 사실상 홈스쿨링으로 축구를 익힌 특이한 경력의 선수다. 축구 선수 출신인 그의 아버지 손웅정(55)씨가 어릴 적부터 아들에게 직접 축구를 가르쳤다. 부자(父子)는 '이기는 요령을 가르치는 학교 축구'보다 기본기를 철저하게 다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둘은 하루에도 볼트래핑과 양발 슈팅을 수천 번씩 훈련했다고 한다. 덕분에 오른발잡이인 손흥민은 왼발 슛도 익숙하게 구사한다. 올 시즌 잉글랜드에서 넣은 21골 중 오른발 골이 13번, 왼발 골이 8번이다. 손흥민은 원주 육민관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학교 축구부에 들어갔지만, 동북고 1학년 때 한국을 떠나 독일 함부르크 청소년팀에 들어갔다. 전술적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유럽 명문 구단을 거치며 보완해 나갔다.

    "손흥민? 잘될 줄 알았다"

    손흥민의 성공을 일찌감치 예상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가 열아홉이던 2011년, 함부르크 동료였던 네덜란드 공격수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손흥민은 어마어마한 재능을 지닌 10대 선수"라고 트위터에 썼다. 아직 손흥민 이름이 독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독일 축구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는 2013년 언론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수퍼 플레이어"라고 했다. 최근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해 3월 "손흥민은 2~3년 안에 유럽 최고 수준의 측면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는 토트넘 소속이던 손흥민이 깊은 부진에 빠져 중소 리그 이적설까지 불거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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