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환호, 한쪽에선 야유… 칸 후끈 달군 봉준호 '수퍼 돼지'

    입력 : 2017.05.20 03:01

    [오늘의 세상]

    - 영화 '옥자' 칸영화제서 첫 공개
    넷플릭스 배급 놓고 거센 논란… 티켓 구하려 새벽부터 장사진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가 처음 공개된 19일 프랑스 칸의 크로아제 거리. 칸영화제의 중심인 페스티벌궁 건너편에 있어서 세계 영화인들의 눈길이 집중되는 '명당자리'인 건물 하나가 '옥자'의 대형 옥외 광고로 도배하듯 덮여 있었다. 돼지와 하마를 절반씩 닮은 듯한 이 짐승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 동물 '옥자'다.

    '옥자'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5000만달러를 투자해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18일 칸의 호텔 한 곳을 빌려서 '옥자' 등 자사 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을 자축했다. '옥자'는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극장 상영되며, 세계 190개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칸영화제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한 뒤 인터넷으로 보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인 ‘옥자’의 봉준호(왼쪽부터) 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턴, 안서현, 제이크 질렌할.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인 ‘옥자’의 봉준호(왼쪽부터) 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턴, 안서현, 제이크 질렌할. /EPA 연합뉴스

    이 때문에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옥자' 등 넷플릭스 투자 영화에 대해 프랑스 극장주협회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스페인 출신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인 미국 배우 윌 스미스는 넷플릭스 영화에 대해 찬반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뜨거운 논란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된 덕에 영화제 초반 '옥자'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기만 했다.

    이날 새벽부터 페스티벌궁 앞엔 티켓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 세계 취재진이 비를 맞으며 장사진(長蛇陣)을 쳤다.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한쪽에선 야유가 터졌고 다른 한쪽에선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칸영화제를 통해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옥자'는 '봉준호'다운 특징을 골고루 담고 있었다. 코미디, 드라마, 액션 같은 서로 다른 재료가 각자의 맛을 내는데도 절묘하게 어울렸다. 영화 도입부, 미국 생명공학 기업 CEO '미란도'(틸다 스윈턴)는 "칠레에서 발견해 증식한 수퍼 돼지 26마리를 세계 26개국에서 전통 양돈 기법으로 기르게 한 뒤 최고의 돼지를 뽑겠다"고 선언한다. 이 중 한 마리가 '옥자'다. '옥자'는 한국의 산골에서 할아버지(변희봉), 소녀 '미자'(안서현)와 함께 자라며 가족처럼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미란도는 옥자를 억지로 미국으로 데려가려 하고, 미자는 끌려간 옥자를 막무가내로 뒤쫓는다.

    첫 상영 뒤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극장에서 못 보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줄 순 없다'는 심사위원장 알모도바르의 발언에 대해 "오래전부터 존경해온 감독이라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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