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원내대표 오찬 때 이름표 달지 않게 하는 등 또다른 파격 보여

    입력 : 2017.05.19 17:50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종석(오른쪽부터)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연합뉴스

    인사 등 각종 분야에서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한 청와대 오찬에서도 전례없는 탈(脫)권위 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2시간 20분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정의당 노회찬 등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가졌다. 정부 출범 9일 째로, 역대 정부 중 가장 일찍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이다.

    오찬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는 외빈 접객을 위해 지어진 전통 한옥 건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외부행사에 거의 사용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국회 대표단의 회동은 국회 대표들이 먼저 착석을 마치면 대통령이 입장하는 식으로 진행됐으나,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뜰까지 마중을 나가 각 당 원내대표들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일일이 손님을 맞았다.

    청와대 방문객은 대통령을 위해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관례였으나, 문 대통령은 이름표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청와대에서 열리는 각종 정부회의에 모든 참석자가 이름표를 다는 관행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셨다”며 “앞으로 권위주의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이름표 패용 관행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참석하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영접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찬 메뉴는 청와대 주방에서 준비한 한식 정찬이었고, 주요리는 ‘통합’을 의미하는 비빔밥이었다. 국회와의 협치를 특히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후식으로는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손수 준비한 인삼정과가 나왔다. 김 여사는 이날 오찬을 위해 손수 인삼과 꿀, 대추즙을 열 시간가량 정성스럽게 졸여 인삼정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인삼정과를 통합과 협치를 의미하는 조각보에 직접 싸서 오찬을 마치고 돌아가는 원내대표들에게 손편지와 함께 선물했다.

    김 여사의 손편지에는 “귀한 걸음에 감사드리며,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요리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로 있을 때인 2015년에도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민주당 인사들을 초청해 직접 뜬 농어회와 전복, 농어알조림, 가지찜, 가리비 등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임종석 비서실장./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상석(上席)이 따로 없는 원탁에 둘러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애초 오찬은 오후 1시 30분까지로 예정됐지만 격의없는 대화가 이어지면서 50분이 지난 2시 20분에야 끝났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로 돌아와 이날 오찬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대통령께서 생각보다 소탈하고 아주 격의 없이 원내대표들과 대화에 임하셨기 때문에 서로 언로가 트여 자연스러운 의견 개진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패찰도 차지 않도록 직접 지시했다”며 “작은 디테일이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준비없이 들어온 정부지만 디테일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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