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남장(男裝)인 여성 광부, 성폭행범으로 몰려 '정체' 드러나

  • 장세미 인턴

    입력 : 2017.05.19 16:32

    팍팍한 현실에서 남자처럼 행세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얘기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나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전개되는 남장(男裝) 여성 주인공의 로맨스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탄광에서 수십 년간 ‘억센 남자’ 광부로 일하며, 심지어 여성 성폭행범으로까지 몰렸던 한 여성이 결국 부(富)를 이루고 남편도 만나는 ‘해피 엔딩’을 맞았다고, BBC 방송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성폭행 혐의로 여자임을 드러낸 필리 후세인씨 / UN Women

    가혹한 남편으로부터 도망가 혼자 살 길을 찾아야 했던 필리 후세인. 그는 31세의 나이에, 다이아몬드보다도 희귀한 보석이라는 파란 빛의 ‘탄자나이트’를 캐는 광산을 찾았다.
    탄자나이트/위키피디아

    하지만, 보석 광산에서는 남자만 일할 수 있었고, 결국 필리 후세인은 남장(男裝)을 택했다. 여성 이름인 ‘필리’도 속이고 ‘후세인 아저씨’로 불리며 땅속 수백m 까지 내려가 고온(高溫)의 악조건 환경에서 어느 남자 광부보다도 강인하게 일했다고. 그는 BBC 방송에 “하루 10~12시간 화강암 속에서 탄자나이트를 찾으려고 어느 남자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몇 년 뒤 그는 2개의 거대한 탄자나이트 광맥을 발견해 부자가 됐다.

    “고릴라처럼 일하면서 말도 거칠고 마사이족들이 휴대하는 칼도 차고 다녔다”던 그의 남장 행각이 들통난 것은 20년 전 엉뚱하게도 한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였다. 마을 여성 한 명이 광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용의자로 ‘후세인 아저씨’를 지목한 것이다. 필리 후세인은 결국 여성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여성’을 증명해야 했지만, 석방된 뒤에도 동료 광부들은 그가 ‘여자’라는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었다고.

    부(富)를 이뤘지만, 그를 ‘남성성(性)’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주변에서 남편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필리가 마음에 둔 남성이 그에게 다가오기까지도 5년이 걸렸다고 한다. 상대 남성에겐 늘 “진짜 여자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들은 필리가 재혼해서 아이를 낳은 뒤에야, 그의 ‘여성’을 받아들였다. 필리 후세인은 현재 채굴회사를 소유하고, 30명이 넘는 조카와 손자의 교육을 책임진다. 그는 자신의 ‘남장 선택’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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