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욕 거리 여기저기에… 노숙자가 6만명 넘는다니!

  •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입력 : 2017.05.20 03:01

    [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어느 날 양호가 말했다. "아빠, 나 도널드 트럼프한테 편지 썼어." "편지? 무슨 편지?" 내용은 이렇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께. 나는 미셸 한이고 아홉 살이에요. 6월 1일은 내 10번째 생일인데 참석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PS12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나는 숙제가 너무 싫어요. 내 숙제를 대신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노숙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맨해튼을 걸어 다니다 보면 노숙자가 너무 많아요. 도와주고 싶어요. 군대를 보내서 뉴욕의 노숙자들에게 밥도 주고 돈도 주고 도와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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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거리의 노숙자. 청년과 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 한대수

    놀랍다. 우리 양호가 관찰력도 대단하지만 동정심과 사랑이 가득하다는 걸 느끼고 흐뭇했다. 현재 뉴욕시가 발표한 노숙자는 6만1936명이다. 이는 노숙자 쉼터에 머무는 사람들일 뿐,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쉼터 규율이 너무 심하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아예 피해 다닌다. 내가 보기엔 20만명은 될 것 같다. 1930년 경제 대공황 이후 가장 많다. 멋진 옷을 입고 브로드웨이 쇼를 보러 온 세계 관광객들 사이에서 길바닥에 쓰러져 구걸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아프다.

    내가 1960년대에 살던 때보다 20대 백인들도 자주 눈에 뜨인다. 천문학적인 뉴욕 아파트 월세를 못 내 쫓겨난 결과다. 사람들은 대개 "알코올중독 아니면 마약중독자니까 노숙자가 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 뉴요커가 노숙자가 되는 주 이유는 이혼 같은 가정 비극과 해고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바로 독립한다. 잘되면 좋고 못되면 할 수 없다. 노숙자 가운데 부유한 집안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자본주의의 수도 뉴욕에 이렇게 비참한 노숙자가 많다니 놀라울 뿐이다.

    관광객들은 처음 뉴욕에 올 때 깜짝 놀란다. "아니, 뉴욕에 웬 거지가 이렇게 많지?" 하고. 노숙자들이 거리 생활을 석 달 이상 하다 보면 결국 정신질환을 앓을 수밖에 없다. 고독병에 걸리거나 생계 유지를 위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이것 또한 큰 사회문제다.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쉼터와 저렴한 월세 아파트를 더 짓겠다고 다짐하지만, 내가 지켜본 40년 동안 뉴욕시는 아직도 뾰족한 노숙자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마누라 옥사나는 모스크바에서 학교 다닐 때, 항상 서양 문화를 동경해왔다. 보니엠 같은 서양음악, 크리스티앙 디오르 같은 서양 패션, 서양 여성들의 자유스러운 행동, 이것을 알아챈 선생님이 옥사나를 불러 뉴욕 노숙자 사진을 보여주며 "자본주의는 이기적 시스템이야. 이렇게 노숙자가 많아. 소련이 최고야" 하며 어머니를 데리고 오라고 경고했다. 결국 1988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발표하고, 소련 국민의 외국 이민을 허락하자 옥사나는 제일 먼저 뉴욕에 상륙했다. 그리고 나를 만났다. 맨해튼에서 데이트할 때마다 옥사나는 "노숙자가 너무 많아. 선생님 말이 맞긴 맞구먼" 했다.

    뉴욕은 무서운 도시다. 약간 실수를 저지르면 노숙자가 될 수 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옥사나가 증권회사 다니던 시절 그 회사 사장님이던 조너선이 항상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 행동은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You are responsible for your own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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