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이 캐릭터가 '문과 최후의 희망'으로 불린 이유는

    입력 : 2017.05.19 15:20 | 수정 : 2017.05.19 15:27

    지난 15일 판매 종료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앨런 웨이크'./인터넷 캡쳐
    핀란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사(社)가 개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앨런 웨이크(Alan Wake)’가 지난 15일부로 판매 중단됐다. 게임에 담긴 음악 라이선스 만료가 임박했는데, 계속 게임 팔아 봤자 재계약 비용도 건지지 못하리란 계산이 나와서라 한다.

    세계적으로야 PC판만도 200만장 이상 팔려나간 인기작이지만, 한국에선 같은 회사에서 앞서 만든 게임 ‘맥스 페인 시리즈’에 비해 인지도나 인기가 훨씬 덜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이번 ‘앨런 웨이크’ 판매 중단이 새삼 소소하게나마 화제가 된 건 ‘문과(文科) 최후의 희망이 사라졌다’는 드립 때문이었다.

    #왜 희망인가

    게임 주인공 앨런 웨이크는 작가다. 보통 작가도 아니고, 현실로 치면 무라카미 하루키나 조앤 롤링급인 월드 클래스 인기소설가다. 물론 작가라고 해서 다 문과는 아니다. 하지만 체력이 빈약해 고작 몇 발짝 뛰고선 숨을 할딱이며 비틀댄다든가, 그를 괴물로 오인해 총을 쏘는 경찰 앞에서 “내가 가는 곳마다 공포가 주위를 맴돌았다. 경찰들에게 가망은 없었다. 이들이 쫓는 건 작가지, 괴물이 아니었다”며 유려한 독백을 읊는 등 여러모로 인문계 특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게이머 대부분은 그를 문과 출신이라 본다.

    여하간 웨이크가 문과 최후의 희망으로 불렸던 이유는, 게임, 특히 액션 게임에선 문과 출신 주인공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액션 게임 주인공은 대개 군인이나 공학 전공자다. 홀몸으로 적 다수를 제압하려면 전투 기술이 탁월하거나 살상력 있는 공학 기기를 능히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하프라이프 시리즈’처럼 MIT 출신 이론 물리학 박사가 쇠지렛대로 외계인을 참교육하는 변종 게임도 없진 않지만.

    사실 문과는 주인공은커녕 적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공학자들은 그들이 개발한 기계라는 명목으로 강력한 무기 하나씩 쥐여주고 내보내면 그럴듯한 적이 된다. 하지만 문과는 도통 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어떻게든 만들어 내보낸다 한들 게이머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게임 끝자락에 마주치는 최종 보스가 정치학 박사나 사회학과 교수라면 기분이 어떨까.

    이 때문에 액션 게임에서 인문계 출신 캐릭터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 ‘사이퍼즈’에 등장하는 ‘기자 클리브’ 등 기자양반 캐릭터도 종종 있지만, 이런 캐릭터들은 정작 게임에선 기자 특유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실제 기자는 ‘현장검증’이랍시고 다리 내리찍기 공격을 하거나, ‘밀착취재’라며 꺾기 기술을 쓰지 않는다.

    #문과는 쓸모가 없는가

    비단 게임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타 장르에서도 세상에 위기가 닥친 상황이 배경이면 문과는 쓸모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문과 속성 캐릭터가 지닌 지식을 생존과 위기 극복에 적합한 방식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탓일 게다.
    /인터넷 캡쳐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정말로 문과가 하루하루 똥 만드는 기계인 건 아니다. 위 그림의 모티브가 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인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시 한 편이 나온다. 영국의 문인(文人) 딜런 토머스(Dylan Thomas·1914~1953)의 저작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세요)’다. 문과의 작품이 이과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인류를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했던 것이다.

    그러니 액션 게임이나 재난 스릴러 영화에 문과 출신 주인공이 적다 해서 썩 아쉬워할 것도 없다. 문과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류를 위해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을 테니. 현실에서도 그렇듯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서 위 '인터스텔라' 모티브 그림을 보고 지나가던 이과생이 남긴 말./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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