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대형 산불 강원도가 절반… 중국서 온 편서풍 때문이라는데

    입력 : 2017.05.20 03:01

    2000년 이후 산불 분석해보니
    피해면적 100㏊ 이상 33건, 여의도 115배 산림 사라져… 건조한 3·4월에 49% 발생
    99%가 사람 때문에… 등반객·약초꾼 失火 38%, 굿하고 촛불 안꺼 불나기도

    지난 6일 오전 11시 42분부터 9일 오전 11시 40분까지 약 72시간 동안 강원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에서 산불이 일어나 1103ha 산림을 불태웠다. 축구장 1544개 넓이다.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33건의 대형 산불(피해 면적 100ha 이상)로 산림 3만3334ha가 사라졌다. 여의도의 115배다. 산림 피해액만 770억원이 넘는다. 산림청은 2000년 4월 2만3674ha 산림을 불태운 동해안 산불과 2005년 4월 천년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킨 양양 산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이후 예방과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거의 매년 화마(火魔)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봄철 전국 동시다발 산불… 6일에만 16건

    산림청이 대형 산불 진화에 애를 먹는 이유 중 하나는 봄철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다. 산불은 3~4월에 집중돼 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7~2016년 연평균 394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3~4월이 약 49%를 차지했다. 피해 면적으로는 78%다. 비가 안 오고 건조한 탓이다. 올해 1월 1일~5월 10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150㎜로, 최근 10년 평균(244㎜)의 60%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건조특보 발령 일수는 93일로, 최근 10년 평균(74일)보다 19일 많았다. 최근에는 초여름 가뭄으로 5~6월에도 산불이 종종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 6일에는 삼척, 강릉, 상주 외에 전국 13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7일에도 7건, 8일 1건, 9일 1건이 일어났다. 산림청 박도환 산불방지과장은 "각 지역에 발생하는 산불부터 꺼야 하고 예방도 해야 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헬기 등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산불 99%는 인재(人災)다. 2007~2016년 산불 피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등반객이나 약초 캐는 사람 등 입산자 실화(失火)가 38%, 논·밭두렁 소각 18%, 쓰레기 소각 13%, 담뱃불 6%, 성묘객 4%, 방화 2%, 어린이 불장난 1% 등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낙뢰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한 화재는 1%(피해 면적 9%)뿐이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의 경우 자연적 요인으로 일어난 화재는 약 10%였다.

    우리나라 산불 화재 검거율은 매년 20~40%대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서 누군가 굿을 한 뒤 촛불 켜놓고 그대로 내려와서 산불이 나는 경우도 매년 발생한다"고 했다.

    강원도 대형 산불 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이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북(9), 전북(3), 경남(2), 울산(1), 충남(1) 순이었다. 강원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이유는 봄철 이 지역에 부는 강풍 때문이다. 산불이 났던 지난 6일 순간 최대 풍속은 강릉 초속 23.8m, 삼척 초속 21.3m로 기록됐다. 초속 20m 이상 강풍은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힘든 태풍급 세기다.

    특히 영동지역에 강풍이 자주 부는데, 중국에서 불어온 온난한 편서풍이 백두대간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통로를 지날 때 공기가 압축되면서 바람이 세진다. 봄철 양양~간성·고성, 양양~강릉 사이에 국지적으로 부는 강풍은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데 이 때문에 양양, 고성, 강릉 지역에서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산림청은 "불티가 바람을 타고 계곡이나 강을 넘어 2㎞ 떨어진 곳까지 불을 옮긴다"고 했다.

    인화성 높은 소나무도 원인

    대형 산불은 소나무 등 침엽수림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소나무 줄기와 잎에 많은 송진은 불에 타기 쉬운 인화성 물질이다. 우리나라 산불 진화의 80% 이상은 산림청 헬기가 담당한다. 산림청에는 전국 11개 산림항공관리소에 산불진화용 헬기 45대가 있는데, 이 중 3000L 이상 물을 담을 수 있는 헬기는 33대다. 나머지 12대는 1000L 물만 실어 나를 수 있어 산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산불 비상 기간에는 각 지자체에 있는 헬기 60대를 임차해 쓸 수 있고, 소방헬기와 군헬기 등 50대도 투입되지만 원래 산불진화용은 아니다. 헬기에 대형 물통인 '밤비바켓(보통 1000L 미만)'을 매달고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강풍 등에 취약하다고 한다. 현재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모든 헬기는 야간에 작전을 할 수 없어서 밤에는 산불이 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림청은 올해 야간에도 산불 진화를 할 수 있는 헬기 2대를 들여와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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