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개하고 나하고

    입력 : 2017.05.20 03:01

    [마감날 문득]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식구들은 잠들었고 거실엔 작은 등 하나만 켜져 있다. 강아지가 있는 울타리로 괜히 가본다. 개는 냄새를 맡았는지 소리를 들었는지 바비큐 예비 자세로 누워 있다가 고개만 번쩍 든다.

    울타리 문을 열어줘도 개는 나오지 않는다. 이리 와, 이리 와 해도 뭔 소리여 시방이 몇 신데 하는 표정이다. 이럴 땐 백약이 무효하고 오직 간식으로 꾀는 수밖에 없다. 치즈 냄새 물씬 나는 딱딱한 막대기 간식을 갖고 다시 오면 얼른 와서 껄떡거린다.

    개 주인은 참으로 못된 존재여서, 간식을 냉큼 주지 않고 약을 올린다. 저녁에 곁들인 소주가 아직 덜 깨서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개에게 말을 붙인다. "야, 너 회사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 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5도가량 틀면서 흰자 없는 검은 눈동자를 순진무구하게 반짝인다. 그 맹하고도 순수한 표정이 너무 예뻐서, 개 키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묻고는 대답한다. "너도 회사를 다녀봐야 아는 거야. 하긴, 개가 회사를 다니겠냐? 너는 하루 종일 자다가 밥 주면 밥 먹고 물 주면 물 먹고, 기껏해야 공 던지면 달려가서 물어오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잖아?" 개는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5도 틀며 '시방 뭔 소리를 하는 거여' 하는 표정을 짓는다.

    마룻바닥에 엎어져 있는 개를 손가락으로 귀찮게 해 본다. 개는 내가 아직도 간식을 손에 쥐고 있는 걸 아는 터라 마지못해 나를 상대해 준다. "네가 내 마음을 알겠냐. 왜 이 시간에 너랑 이러고 있는지 알겠냐고" 하면서 넋두리의 정점을 찍는다.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간식을 주면 개는 그걸 물고 제집으로 들어간다. 혹시나 줬다 빼앗을까 봐 안 보이던 눈동자 흰자위를 희번덕거리면서 갉아먹는다. 다 먹고 나면 또 하나 줄까 해서인지 무릎 앞에 와서 재롱을 떤다. 이제 없다, 너도 자고 나도 자야지 하고 일어서서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한 잔 마신다. 개가 안 보인다. 어디 갔니, 어디 있어? 했더니 쪼르르 나타난다. 카펫에 똥 쌌다. 개를 울타리에 넣고 문을 잠근다. 불을 끄며 읊조린다. 저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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