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민감한 자신과 마주하는 법

  • 백영옥·소설가

    입력 : 2017.05.20 03:01

    [그 작품 그 도시] '센서티브' ―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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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이 핀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덴마크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는 “민감함은 결함이 아니라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예민한 성향이 피곤하고 비생산적인 것으로만 치부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는 민감함은 일을 해결하는 데 질적으로 우수하고 문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성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플리커
    꽃 축제로 한 달 내내 시끄럽던 작업실 앞 공원을 걷다가 싸우고 있는 커플과 마주쳤다. 밤 11시, 공원의 불이 모두 꺼진 시간이었다. 이들의 싸움을 요약하면 이랬다. 남자는 '나중에 얘기하자는 것'이었고 여자는 '매번 이런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네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남자 입장에선 감정이 격해졌으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을 테고, 여자 입장에선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언제 그 얘길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볼륨을 확 올린 것처럼 커졌다.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 변화에 여자의 목소리마저 더 커지고 있었다. "야! 너는 왜 너만 생각해! 가! 됐다고! 헤어져!!!" 이들을 보며 기시감이 느껴졌다. 공원 커플의 경우와 비슷한 사연을 진행하는 라디오의 고민상담 코너에서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은 이토록 자주 발생하는 걸까. 연인 간, 친구 간, 부부 간, 회사 동료 간…. 수없이 많은 사람이 갈등을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절연, 실연, 이혼까지 사람들이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 생기는 관계의 파국은 참으로 다양하다. 몰이해와 오해. 서로에 대한 오해가 이해되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한 걸까.

    "인간은 두 가지 성으로 구분될 뿐 아니라, 이러한 두 유형으로도 구분된다. 때로는 이런 성격 유형의 차이가 성의 차이보다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에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말은 이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녀 간 구분보다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가 인간관계에선 더 드라마틱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우리는 모든 일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통의 임계점이 낮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더 큰 고통을 받는다."

    이 책에 따르면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건 임상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 중 30퍼센트가 '하이 센서티브'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저자는 사람들이 내향성과 민감함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해 왔다고 말한다. 또 민감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남들보다 더 큰 어려움과 도전을 경험하지만, 평온한 상태에서는 남들보다 더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극도의 민감성은 충동성과 정반대 성향이다. 그러나 민감한 사람 중에는 과도한 자극을 받거나 자극을 피할 수 없을 때 좌절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거나, 친구와 절연하거나, 진탕 마시며 놀거나, 폭식을 하거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마구 감정을 쏟아낸다. 이런 성향은 경계선 성격 장애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민감한 성격은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고통을 주었을 때, 금방 자기가 한 행동을 후회한다는 점에서 경계선 성격장애와 다르다."

    이 문장을 다시 읽다가, 나는 호수 공원에서 남자가 보인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여자를 달래기 위해 뒤늦게 전화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전화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오해 속에서 이 남자를 미워하면서….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지난주, 사연의 한 대목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들은 화해했을까. 라디오로 사연을 보냈던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했었다.

    "남자 친구는 '하이 센서티브'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어요. 정보가 과도하면 스스로 처리하는 데 곤란함을 느껴서 멈추는 거죠.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담배 좀 피우고 올게"라는 말은 본인을 무시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용량 과부하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꾸면 두 분의 대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에게는 이 상황이 쉽게 납득되지 않을 거예요. 상대가 늘 비겁하게 도망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나름대로 이 상황이 남자 친구에게는 비상 상태라고 이해하면 어떨까요? 이런 분들은 자극에 대한 고통의 임계점이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사실 '센서티브'를 읽으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외향적이고 무심한 내 성격과 달리 남편은 내향적이며 민감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으로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행동 판단 기준을 높게 설정한다는 걸 알았다. 걱정이 많은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모든 일을 꼼꼼히 처리했다. 주차장에선 금 밖에 자동차 바퀴의 일부라도 나가면 안 됐고, 물건은 줄을 맞춰 서 있어야 했다. 집 안의 테이블과 책상의 뾰족한 모서리를 사포로 문질러 놓은 건 나를 걱정해서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편해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 자체를 안 만들기 위한 일종의 보호 조치였던 것이다. 불안감이 높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은 걸 준비하며 노력했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가 높아서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지극히 낮았다. 그러나 갈등을 푸는 우리의 방식은 이 책에서 소개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휴정이 필요했고, 그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다. 나는 늘 '그만! 여기까지!'를 외치고 방으로 돌아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늘 더 많은 대화를 원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외향적이지만 예민한 30퍼센트의 그룹 안에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일자 샌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유형'으로 정확히 분류되지 않는다. 살면서 각인된 기억을 다루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없는 아이 때문에 늘 고민이던 B에게 읽어주고 싶은 문장도 생겼다.

    센서티브?일자 샌드의 책
    "자기 방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늘 건강한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자기 방에 들어갈 때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것이고, 혼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발견하면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혼자가 편한 아이도 있다. 어떤 책은 이해되지 않던 한 사람의 행동 너머, 분노와 슬픔에까지 가닿게 한다. 내겐 이 책이 그랬다.

    센서티브—일자 샌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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