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국정농단 수사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한 부활

    입력 : 2017.05.19 13:41 | 수정 : 2017.05.19 15:45

    2003~2004년엔 대선자금…2013년엔 국정원 댓글 수사하다 좌천
    박영수 특검이 최순실 수사팀장으로 발탁…"최선 다하겠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 한직으로 꼽히는 고검 검사가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전임자인 이영렬(59·18기)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비교하면 연수원 기수가 5기수나 낮다.

    고검 검사는 검사정원법과 시행령을 보면 일선 지검 부장검사 급이다. 일선 지검 부장이 두 단계를 뛰어넘어 고검장급이었던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이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요직에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으나 그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지검장은 충암고·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붙었지만 2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9수 끝에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함께 일했던 남기춘 변호사(57·15기)와 대학 동기로 막역한 친구사이라고 한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58·16기)의 1년 후배인데 사시는 7년이나 늦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초년병 때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령을 받아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경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수사 경험도 여러 차례 있다. 2003~2004년에는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안대희(62·7기) 대검 중수부장·남기춘 중수1과장과 팀을 이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 사건과 LIG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 및 외화 밀반출 의혹 수사를 맡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채동욱(58·14기) 당시 검찰총장이 그를 골랐다. 윤 지검장은 채 전 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물러난 뒤 직속상관이던 조영곤(59·16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충돌했다. 조 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하면서다. 그는 원 전 원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다가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이왕 이렇게 된거 다 말씀드리겠다”며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고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큰 화제가 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이번에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된 박형철(49·25기) 당시 수사팀 부팀장도 그와 함께 징계를 받고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으로 발령을 받고도 그는 검찰 조직을 떠나지 않았다. “검찰을 사랑한다”고 국정감사장에서 ‘증언’할 만큼 조직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검찰 내외부에서는 평가한다.

    윤 지검장이 수사 일선에 복귀한 것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특검에 넘어가면서다. 박영수 특별검사(65·10기)가 윤 검사를 파견검사 20명의 팀장으로 발탁했다. 박 특검과 윤 지검장은 2006년 대검 중수부장과 중수부 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하며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사건 등을 수사했다. 특검 활동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는 일부 파견검사와 남아 공소유지를 해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그에 대한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인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주장하면서 첫 검찰 인사는 ‘코드 인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지검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줄기차게 문제 삼아 왔던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를 맡았고 특검에 의해 진행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수사의 중립성 여부와는 별개로 두 사건 수사 자체가 문 대통령 측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까지 하면서 윤 지검장을 임명한 것은 정권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윤 지검장에 대한 파격적인 발탁 인사로 향후 검찰 인사 폭은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특성상 윤 지검장보다 기수가 높은 인사들이 옷을 벗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이번에 지검장급으로 환원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고위 검사들이 줄사표를 낼 경우 자칫 검찰개혁의 동력이 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지검장은 이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며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벅찬 직책을 맡게 됐다. 고민을 해보겠다”며 “맡은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윤회 문건 재수사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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