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Live> 트럼프의 '저승사자' 코미의 진짜 모습

    입력 : 2017.05.19 11:32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18일째 되는 날, 미 법무부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설을 조사하기 위한 특검을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느닷없이 해임하면서 탄핵 가능성으로까지 불이 붙은 이번 사건은 이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특검에 임명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로버트 뮬러가 FBI 국장 시절인 2012년 6월 의회 증언석에 앉아 의원들의 얘기를 듣는 모습./연합뉴스
    이 국면에서 개인적 성향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코미는 어떤 사람일까, 코미와 뮬러는 과거 어떤 인연을 맺었을까.
    워싱턴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4년 3월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췌장염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당시 코미가 법무부 부장관, 뮬러가 FBI 국장이었다. 애슈크로프트가 입원하면서 코미는 장관대행이 됐다.

    3월 초 어느 날 퇴근길에 코미는 법무부 장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았다. 앤드류 카드 백악관 대통령 비서실장과 앨버토 곤잘레스 백악관 법률고문이 애슈크로프트의 병실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백악관은 국가안보청(NSA)의 영장 없는 도청 허용 시한을 연장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법무장관의 서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그 안은 문제가 있어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상태였다. 장관 대행이던 코미는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강행하려 했던 것이다.

    코미는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병원으로 보내라"라고 지시하고 뮬러 당시 FBI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뮬러는 즉시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백악관 팀보다 먼저 병실에 도착해야 했다. 코미의 운전기사는 비상등을 켜고 달렸다. 애슈크로프트가 입원한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은 시내에 있다. 코미는 마침 그 근처 컨스티튜션 애비뉴를 지나는 중이었다.

    코미는 병원에 도착해 날다시피 계단을 뛰어올라 병실에 들어갔다. 코미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법무장관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하지만 애슈크로프트가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았다.

    얼마 안돼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과 곤잘레스 법률고문이 병실로 들이닥쳤다. 손에 서류봉투를 들고 있었다. 곤잘레스는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의 의식이 없던 애슈크로프트가 베개에서 머리를 떼고 일어나 강한 어조로 상당히 정확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얼마 전 법무부에서 의논을 했던 문제였다. 그러고는 완전히 기운이 빠졌는지 다시 누우면서 애슈크로프트는 코미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법무장관이 아니니까." 장관 대행 코미와 얘기하란 뜻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병실을 나갔다.

    얼마 후 화가 난 카드 실장이 코미에게 전화를 걸어 백악관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코미는 혼자서는 갈 수 없다며 법무차관을 증인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날 백악관에서 코미는 실장과 둘이 만난 후, 차관과 법률고문을 배석하고 네 사람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법무장관 동의 없이 영장 없는 도청을 재허가 하기로 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강하게 반발했고 코미는 사표를 썼다. 뮬러 국장도 애슈크로프트 장관도 동참했다. 다음날 아침 코미는 백악관에 갔다. 법무장관 대행으로서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매일 하던 대테러 업무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치고 나올 때 부시 대통령이 코미에게 잠깐 보자고 했다. 대통령 서재로 들어가 단 둘이 15분쯤 얘기를 나눴다. 코미는 대통령에게 뮬러 FBI 국장도 만나보라고 청했다. 부시는 뮬러도 따로 만났다. 그 후 부시 대통령은 당초 입장에서 물러섰다.

    이 사건 이후 코미는 워싱턴의 전설이 되었다. 부시가 마음을 바꾸기까지는 애슈크로프트와 뮬러를 포함한 법무부 지도부의 동반 사퇴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후 이들은 "차라리 그만두겠다"며 사표를 들고 대통령에 맞서 '옳은 일을 한 사람들'이란 명예를 안게 되었다. 훗날 오바마 대통령이 코미를 FBI 국장에 임명할 때도 이때 쌓은 정의로운 인물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앤드류 카드 실장은 '코미, 그건 네 생각이고, 우린 그냥 문병 갔단다'라고 주장했다. 코미가 과도하게 미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코미가 반대한 것은 사실상 불법인 도청의 일부분이지 그 아이디어 전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선일보DB
    어쨌든 코미는 이런 사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트럼프는 워싱턴이 오물 투성이고 워싱턴 기득권층은 쓰레기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워싱토니안들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 약 1340일, 그 큰 방향과 운명은 코미와 뮬러 이 두 남자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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