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길을 걷다

    입력 : 2017.05.20 10:13

    시간을 붙잡고 싶은 봄의 끝자락, ‘걷기’로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이들을 만났다. 타박타박 한가로이 걸으며 봄을 만끽하는 산책코스와 삶의 쉼표가 되는 걷기의 의미.

    한국경제TV 아나운서이자 작가인 도현영 씨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산책에 나선다. 서른일곱, 여자 도현영. 이름 석 자를 수식하는 각종 이름표들(베테랑 아나운서, 귀여운 두 딸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도심 속 산책을 즐긴다.

    “상점의 디스플레이, 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도심 속 공원을 배경 삼아 느리게 걷다 보면 복잡하던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고 내가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해져요.”
    산책이 곧 사유의 시간이 되었다는 그녀는 얼마 전 <그녀들의 멘탈 뷰티>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생각과 감정 그리고 고민을 모두 담아 쓴 여자 도현영의 결과물이자 사유의 기록이다.

    1 퀸마마마켓
    “인근 도산공원 풍경을 건물 속 그림처럼 차경한 멋진 공간이에요. 라이프스타일 소품뿐 아니라 인근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자주 들르는 곳이죠.”

    2 애슐린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되는 예쁜 아트북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요. 음식이나 커피도 정말 맛있고요.”

    3 오페라 갤러리
    “쇼윈도에 걸린 그림 한 점 한 점은 모두 갤러리스트가 고심 끝에 건 최고의 작품이죠. 도산공원 일대를 걷는 것만으로도 문화활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참 좋아요.”

    4 피프티 카페
    “압구정과 도산공원 일대가 모두 변했지만 이곳만은 여전해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즐겨 찾던 곳으로 지금도 자주 들르는 단골 맛집이에요.”

    5 STA갤러리
    “<그녀들의 멘탈 뷰티> 속 문구와 작품 등을 전시해둔 공간이에요. 누구든지 산책길에 들러 고요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6 <The Mental Beauty>
    “세상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책이에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로 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전 개들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 참 좋아요. 누군가와 대화할 필요 없이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거든요.”

    포토그래퍼 권인영은 반려견 페퍼와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와 <Tripdoggie>이라는 사진집을 냈다. 총 22일 동안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의 곳곳을 페퍼와 함께 여행한 그녀는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강아지와 함께 길을 걸을 때로 꼽을 만큼 페퍼와 함께 걷는 산책을 즐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에는 몰랐던 풍경을 발견하고 페퍼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녀와 페퍼는 어릴 적 자주 다녔던 광교호수공원을 즐겨 찾는다. 계절마다 다른 그림을 펼쳐내는 아름다운 산책코스를 둘러보며 페퍼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그녀. 특히 요즘처럼 꽃비가 흩날리는 봄을 가장 좋아한다고.
    “늦은 밤이나 새벽, 조팝꽃이 가득 핀 산책길을 페퍼와 마음껏 뛰놀며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시간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일상도 즐겁게 견딜 수 있어요.

    1 <Tripdoggie>
    “페퍼와 함께 유럽여행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2 카페 드영
    “호수공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드영은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에요.”

    3 타르트
    “카페 드영 사장님이 손수 만든 타르트 맛은 정말 최고죠. 전 그중 딸기 타르트를 제일 좋아해요.”

    4 ‘Let love lead the way’
    “산책길에 즐겨 듣는 음악이에요.”

    5 생일파티
    “페퍼의 생일날 자주 가는 산책길에서 사진 촬영을 했어요.”

    6 광교호수공원
    “호수를 끼고 큰 산책로와 넓은 잔디밭, 우거진 나무숲과 갈대숲이 있어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곳이에요.”

    건축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 일을 하던 한수연 교수는 아이를 낳고 어느 날부터인가 걷기를 멈춰야 했다. 울퉁불퉁한 보도, 유모차로는 넘을 수 없는 높은 계단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녀는 ‘엄마의 눈’으로 서울 곳곳의 새로운 산책길을 찾아 나섰다. <유모차와 함께 걷는 친절한 거리, 서울>의 저자인 그녀는 이맘때면 아이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정동길을 즐겨 걷는다. 

    고층빌딩이 주는 위화감에서 벗어나 낮은 돌담이 주는 안락함과 소소히 피어난 봄꽃, 다양한 거리예술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즐겨 찾는 길이란다. “가로수 사이 반짝이는 햇볕과 살랑이는 봄바람 등 제가 느끼는 모든 순간과 감정을 아이와 함께 교감할 수 있어요. 또 아이를 보며 짓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로 큰 에너지를 얻고요.”
    혼자 걸을 때에는 미처 몰랐던 행복과 에너지를 아이와의 산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다는 그녀. 힘들지만 오늘도 아이의 유모차를 힘껏 밀며 산책에 나서는 이유다.

    1 정동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이에요. 한국 근대사의 산물인 오래된 붉은 벽돌, 소소히 피어난 봄꽃들, 500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선 고목들을 만날 수 있죠.”

    2 덕수궁 돌담길 바닥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 곳곳에 도시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어요.”

    3 서울시립미술관
    “무료전시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층 수유실과 아이 놀이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4 르풀
    “테라스에 앉아 맛있는 샐러드와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산책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곳이에요. 바로 눈앞에 문화재로 지정된 ‘구 신아일보 별관’이 보여요”

    5 덕수궁
    “곳곳에 놓인 친절한 경사로 덕분에 유모차로도 편안히 산책할 수 있어요.”

    6 피아니스트 양방언 ‘Flowers Of K’
    “동서양의 조화,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풍경 때문인지 여기에 오면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한국 여성을 모티브로 작곡했다는 이 곡을 즐겨 듣게 돼요.”

    사람들은 누구나 제각기 자신만의 멜랑콜리를 품고 산다. 보통 때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잠식돼 순식간에 고통 속에 빠진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쓰리 데이즈> 등에 출연한 배우 유정래는 간간이 찾아드는 멜랑콜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겁게 이겨낸다.
    “마음이 번잡스러워질 때면 편안한 차림으로 길을 나서요. 집 앞 10분 거리에 청담대교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아지트를 갖고 있거든요. 반짝이는 네온사인, 강물처럼 흐르는 차들을 내려다보면 어느 순간 정체된 생각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죠.”

    삶이 두려운 순간, 머릿속이 헝클어질 때면 세상 밖으로 나가 걷고 또 걷는다는 그녀. 타박타박 걷는 그 길이 그녀 자신에게 가닿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그녀는 또 산책에 나선다.

    1 노랑과 탄
    “늘 제 기분을 가장 빨리 알아차려주는 든든한 가족이에요. 요즘처럼 걷기 좋은 날 오후에는 탄이랑 노랑이와 함께 이곳에 와 한참 시간을 보내다 가요.”

    2 이어폰
    “그날의 기분과 날씨, 상황에 따라 음악을 선곡해요. 연주곡, 인디음악, 팝, 가요 등 여러 장르 음악을 고루 듣는데요. 오늘은 안녕하신가영의 ‘그리움에 가까운’이라는 음악이 듣고 싶네요.”

    3 카페 촉
    “하루에 한두 번 꼭 들르는 단골 카페예요. 이곳 카페라테는 정말 맛있어요.”

    4 해 질 녘
    “산책은 언제 해도 좋지만 역시 해 질 녁 노을을 보며 걸을 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5 시집
    “짧은 문장 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시를 정말 좋아해요. 특히 허수경 시인을 참 좋아하는데요, 마음이 멜랑콜리해질 때면 밖으로 나가 <세계는>이라는 시를 읊곤 해요.”

    6 청담 배수지 공원
    “탁 트인 하늘과 강물처럼 흐르는 차들의 행렬을 볼 수 있는 제 아지트예요. 마음이 답답할 때나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항상 들르는 곳이죠. 멍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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